농가빚 43%가 보증채무…1가구 평균 2200만원꼴

  • 입력 1999년 8월 19일 19시 11분


농어촌지역은 담보력이 부족해 연대보증에 의존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 대출을 위한 담보물이 기껏해야 논과 밭 어선에 불과한 농어촌에서 한집 건너 각 가구가 수천만원대의 연대보증을 지고 있고 한집이 도산하면 연쇄도산이 불가피한 게 지금의 농어촌 현실이다.

정부가 19일 서둘러 연대보증 해소대책을 강구하게 된 것도 이같은 현실을 고려했다.

▽부채 실태〓4월말 현재 농업용 부채 18조원 중 38%인 6조8000여억원, 전체 농가부채 28조원 중 43%인 12조여원이 연대보증 부채다.

전북 정읍시 태인면의 한 마을은 67농가 중 23가구가 연대보증으로 얽혀 있다. 마치 재벌 계열사들이 상호지급보증으로 연결돼 있는 것과 같은 셈.

농협중앙회가 3월 농촌 8개마을 305가구를 샘플 조사한 결과 142가구(47%)가 연대보증을 서 평균 보증건수 3.4건에 평균 보증액만도 2200여만원에 이르렀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인 98년 이후 연대보증을 선 9가구가 평균 1100만원씩 9900여만원을 채무자 대신 물어줬고 18가구가 대위변제 위기에 몰려있다.

연대보증인 4명 중 1명은 집과 논을 팔아도 대신 갚을 수 없는 상황이었고 2명 중 1명은 상환기간을 연장해주거나 논밭 등 부동산을 팔아야 갚을 수 있어 연대보증 해소가 시급한 상황.

▽전환 방식〓채무농민이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에 신용보증서 발급을 신청하면 농신보가 타금융기관에 연체사실이 없고 자금용도가 농업용인 점만을 확인하는 간이심사를 거쳐 보증서를 발급해준다.

채무농민은 이 보증서를 갖고 농축협에서 돈을 빌려 기존 채무액을 상환하면서 연대보증관계를 털어버리는 것. 보증서 발급수수료는 대출금의 0.2∼0.3%.

이번 대책은 기존 채무농민이 아닌 연대보증인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연대보증인이 채무농민에게 연대보증의 신용보증서 전환을 적극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점〓정부는 농업용 농가부채만을 전환 대상으로 한다지만 실제로 농업용과 비농업용 부채를 구분하기 어려워 국민 세금이 농사를 제대로 짓지 않는 농민에게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이미 채무자의 빚을 대신 갚은 연대보증인은 구제받을 길이 없고 작년말 현재 대위변제율이 0.8%에 불과한 농신보가 부실화될 우려도 적지 않다.

〈이 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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