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대물림' 주춤…삼성 李회장 장남 유학기간 늘릴듯

  • 입력 1999년 8월 17일 18시 25분


‘재벌가의 후계구도가 흔들린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재벌총수들의 변칙상속을 차단하겠다고 밝히자 그동안 조심스럽게 그룹 후계구도를 준비해오던 재벌그룹에 비상이 걸렸다.

재벌그룹들은 20, 30대 안팎의 후계자들에게 경영수업을 시키고 주요계열사 지분을 넘겨주는 등 후계구도 구축을 서둘러 왔으나 정부의 재벌세습 차단 의지로 과거와 같은 ‘대물림’은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건희(李健熙)회장의 장남 재용씨(31)의 향후 거취에 대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삼성은 재용씨가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과정을 올연말 또는 내년중 끝마치는 대로 국내에서 경영수업을 받게 하는 방안을 추진해왔으나 정부의 강한 의지를 확인하고 ‘아직은 때가 아니다’는 의견이 그룹 내에 대두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재용씨를 재벌가의 대표적 변칙증여 사례로 지목하고 있어 섣부른 후계구도 거론은 여론의 화살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이에 따라 재용씨는 일단 3년 정도 미국에 더 체류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도 이번 김대통령 경축사로 긴장하는 분위기. SK는 작년 최종현(崔鍾賢)회장이 타계한 후 그룹총수 자리를 전문경영인 출신인 손길승(孫吉丞)회장에게 맡겨 아직 후계구도가 완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

재계는 당초 최회장의 장남인 최태원(崔泰源)㈜SK회장이 2,3년 내에 그룹의 대권(大權)을 물려받을 것으로 내다봤으나정부의재벌정책으로상당기간늦어질것으로전망했다.

대우그룹은 김우중(金宇中)회장의 몰락으로 후계구도가 불투명한 실정. 김회장은 그동안 “둘째아들 선협에게 대우재단 운영을 맡기고 셋째 선용에게는아주대등학교재단운영을 맡길 계획”이라고 밝혀왔으나 그룹 해체로 실현이 어려워졌다. 선협씨(30)씨는 현재 대우자동차 기술연구소에 근무중.

현대그룹은 몽(夢)자 항렬 형제의 자녀들이 속속 계열사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지만 아직 후계구도를 거론하기에는 너무 어리다는 입장.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의 4남 정몽우씨의 아들 일선씨(29)가 현대자동차 기조실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3남 정몽근회장의 아들 지선씨(27)도 금강개발에서 일하다 최근 외국연수를 떠났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대 MBA과정 졸업을 앞두고 있는 정몽구(鄭夢九)회장의 장남 의선씨(29)의 거취도 관심을 끈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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