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모두가 너희탓"… 삼성車-대우관련 '도덕적 해이'심각

  • 입력 1999년 8월 12일 19시 27분


대우와 삼성자동차 처리 과정에서 금융권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외국계 금융기관의 진출을 앞두고 금융기관의 경쟁력 강화를 외치고 있는 정부도 당장의 ‘재벌 때리기’를 위해 금융권의 모럴 해저드를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차 채권단은 담보 없이 4조원이 넘는 돈을 빌려주고도 이에 대한 책임을 고스란히 삼성측에 떠넘기고 있다. 이건희(李健熙)회장과 삼성의 신용도를 믿고 대출했다고 변명하지만 이는 부실 대출의 배경을 설명한 것일 뿐 책임 문제와는 별개다. 삼성그룹과 이회장의 책임 문제가 강조되다 보니까 채권단측의 손실보전 문제는 끼어들 틈도 없었다.

2조1000억원이 넘는 삼성차 회사채를 지급보증했던 서울보증보험은 보증수수료로 보증금액의 1.5%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삼성전자의 회사채 보증수수료가 0.25%였던 점을 감안하면 6배나 비싸게 받은 것. 수수료를 챙길 욕심에 위험을 고려하지 않았던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차 채권단이 손실을 한푼도 떠안지 않을 경우 ‘부실대출을 막기 위해 은행의 대출 심사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말을 어떻게 믿겠느냐”고 지적한다.

대우 회사채 문제도 마찬가지. 투신사들은 그동안 수신고를 늘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고수익상품을 개발해왔다. 수익이 높으면 위험도 커지기 마련. 결국 위험도가 큰 대우 회사채 등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대우사태 이후 정부가 수익증권 환매 금지조치를 취해 고위험 상품을 운용했던 투신사들은 고스란히 살아남게 됐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IMF체제 이후 금융기관의 부도가 현실화되면서 투자자들도 안전성을 따지는 습관이 생겼지만 대우 사태로 이같은 풍조가 ‘한 때’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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