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에 겐이치의 한국경제 비판]각계 전문가 반응

  • 입력 1999년 8월 9일 19시 21분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이자 일본의 저명한 경영전략가인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의 한국 경제 비판 ‘한국이 경제적으로 일어설 수 없는 이유’가 국내 경제 각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본의 격주간 국제정보지 ‘사피오’ 7월28일자에 실린 오마에의 이 글은 김대중정부의 경제개혁 방향을 신랄히 비판하고 한국경제의 약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의 비판이 한국에서 의외의 반향과 함께 경제인과 지식인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김대통령의 개혁을 정면에서 직설적으로 비판한 점과 마침 개혁이후의 경제청사진에 대한 불안이 커지는 현실에서 나와 시기적으로 고언으로 받아들여진 점이 어필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

오마에의 시각에 대해선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 많았다”는 긍정론과 “편견이 심한 무책임한 논리”라는 비판도 거셌다.

▽이윤호(李允鎬)LG경제연구원장〓가슴아프고 자존심이 많이 상했지만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 많았다. 장기적인 산업정책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지도자가 없고 지금과 같은 상태로 가면 미국과 일본의 백년하도급 신세를 면할 길이 없다든지 하는 얘기는 우리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최우석(崔禹錫)삼성경제연구소장〓외환위기이후 이뤄진 작은성과에 만족하는 우리나라의 분위기를 경계한다는 점에서 일리가 있다. 또 우리나라를 어떤 식으로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국가전략이부재하다고지적한점도 옳다. 하지만 한국을 너무 일본적 기준으로만 보려 한다. 기술과자본이있고사회시스템도안정돼있는일본과달리 우리는 기술도 자본도 없고 외자가 들어오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나라다.

▽송병락(宋丙洛)서울대 부총장〓오마에의 말이 거의 옳다고 생각한다. 그저 부채비율 200% 달성이라는 맹목적인 목표하에 살아있는 동물을 잘라 무게를 달아 팔듯이 재벌을 팔고 있는 식의 개혁은 중단돼야 한다. 이것저것 다 팔고나서 어떻게 4500만 국민을 먹여살리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장하성(張夏成)고려대교수〓오마에는 글로벌화는 바로 미국화이고 거기엔 미국의 음모가 들어있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서 어쨌다는 건가. 논점을 맞지만 메시지는 틀렸다. 자기네들도 할 수 없는 일을 우리한테 바라는 것은 무책임하다. 우리나라에 외환위기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돈을 빼내간 것이 바로 일본 아닌가. 산업정책 운운 한 것 자체가 구시대적 발상이다.

▽현오석(玄旿錫)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시대가 바뀌었다. 글로벌한 세상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기업이 어느나라 기업인가가 아니라 어느나라에서 생산활동을 하며 그 나라의 고용창출에 얼마나 기여하는가 하는 점이다. 시장개방이 되고 외국기업이 들어온다고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전성철(全聖喆)김&장 변호사〓일본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국가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일본 국민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중 가장 열악하게 살아가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것이 바로 일본식 경제의 이면이다. 미국식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는 것은 미국의 힘이 강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사회전체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기 때문이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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