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꿈은 과장?』직장인들, 직급 줄고 승진연한 길어져

  • 입력 1999년 6월 6일 18시 15분


‘나의 꿈은 부장?…’

94년 삼성그룹 계열사에 입사한 대리 2년차 백모씨(33)는 요즘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최소한 임원, 나아가서는 사장까지 오르겠다는 포부는 사라진 지 오래. 사장은커녕 과장에서 ‘종’을 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지난해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직급이 크게 줄어들어 승진연한이 대폭 길어졌기 때문.

삼성그룹의 경우 계열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입사후 대리직급으로 자동 승진하는 연한이 4년에서 4.5년으로 늘어났다. 승진심사까지 새로 생겨 임원 앞에서 리포트를 발표해야 하며 어학자격, 정보화자격도 따야 한다. 대리 승진 탈락률은 20∼30%.

대리에서 과장으로 올라가려면 최소 3년이 필요하다. 합격률은 기존 40∼50%에서 30%로 떨어졌다.

과장이 되면 본격적으로 어려움이 시작된다. S1(시니어1), S2, S3의 3단계로 구성된 과장 직급의 승진 연한은 각각 3년. 탈락률이 70%에 달하는 승진심사에서 한번도 누락하지 않고 계속 올라간다고 해도 차장이 되기까지 9년이 걸린다.

다시 차장에서 부장까지 최소 3년. 결국 부장이 되기 위해서는 사원부터 빨라도 19.5년이 걸리는 셈이다.

삼성뿐만 아니라 현대 대우 LG SK그룹 등도 현재의 추세라면 부장까지 20년 정도 걸린다.

어렵사리 승진한다 해도 직급이 높아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경우도 있다. ‘팀제’가 활성화되면서 결재권이 없는 부장, 차장이 생겨났는가 하면 결재권을 가진 과장급도 탄생했기 때문. 한 부서에 보직없는 과장이 서너명 몰려 사원급의 일을 하는 경우는 흔한 일이다.

〈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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