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부품업계『절반 도산』6월 대란설

  • 입력 1999년 5월 25일 19시 44분


완성차 업계에 이어 자동차 부품업계에도 재편 바람이 거세게 불고있다.

현대자동차의 기아차 아시아차 인수와 대우자동차의 쌍용차 삼성차 인수 등 지난해부터 진행돼온 완성차 업계의 재편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구조조정의 수순이 자연스럽게 부품업계로 이어진 것.

여기에 현대가 최근 현대―기아 부품업체의 통폐합을 선언했으며 삼성자동차와 협력업체간 협상도 교착상태에 빠져 부품업계에는 ‘6월 대란설’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지금까지 특정 완성차업체와의 협력관계를 발판으로 성장해왔기 때문에 머지않아 절반 이상의 부품업체가 문을 닫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실정.

▽완성차업계 구조조정의 파장〓현대와 기아의 통합으로 인해 그룹내 동일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는 평균 4.1개사로 늘어났다. 지난해 쌍용차를 인수한 대우도 부품당 업체수가 3.02개로 증가. 산술적으로 따지면 각각 2,3개의 부품업체는 없어도 되는 셈이다.

조사에 따르면 완성차 7개사(현대 대우 기아 아시아 쌍용 대우중공업 현대정공)와 거래하던 부품업체 1천79개사 가운데 1개 완성차 업체와만 거래하는 부품업체수가 57.3%에 이르렀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가운데 현대나 대우와 거래해온 업체만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완성차 업계가 부품업계 구조조정 주도〓완성차 업계에서는 부품업계의 구조조정이 완성차 업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는 입장. 해외시장에서의 승부를 위해선 자동차산업의 뿌리가 되는 부품업체의 혁신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부품업계 구조조정을 선도하는 기업은 현대. 기아와의 통합 이후 ‘부품 글로벌 소싱’을 선언했다. 정몽구(鄭夢九)회장은 올 초 협력업체 모임에서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경쟁력 있는 부품을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대형승용차 ‘에쿠스’의 1백40개 부품을 외국에서 조달했다.

현대는 또 ‘1부품 2개업체 경쟁체제’를 선언했다. 이에 따르면 현대와 기아를 합해 8백여개의 1차 협력업체 가운데 4백여개 업체는 도산하거나 2차 협력업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대우도 최근 기아와의 부품 공용화를 선언했다.

▽이미 막오른 구조조정〓‘재편 회오리’ 속에서 부품업체들은 해외업체와 손을 잡거나 관련 기업끼리 합병 또는 제휴 등 살아남기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미국 델파이, 독일 보쉬 등 세계적 부품업체에 의한 국내 부품업체 인수 또는 제휴 건수는 지난해부터 올 3월말까지 30여건에 이른다.

국내 업체간 인수합병도 늘고 있는 추세. D사와 K사 등은 자회사를 흡수한 뒤 관계사 합병에 나서고 있으며 J사와 D사 등은 해당 제품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통합하기로 합의했다.

산업자원부는 부품업계의 자율적 인수합병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각종 세제와 금융상의 지원책 및 어음유통구조 개선 방침을 25일 약속했다.

산자부는 완성차업체 부품업체 관련협회 대표 등 10여명으로 ‘자동차부품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자동차 부품산업의 구조조정 지원방안을 협의할 계획.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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