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1년 경제정책 평가 심포지엄]

  • 입력 1999년 2월 5일 19시 10분


김대중(金大中)정부가 지난 1년간 외환위기 극복, 재벌과 금융의 구조조정 등 많은 성과를 거뒀지만 정치권과 정부의 개혁을 등한시하는 등 문제점도 많았다는 지적이 학계로부터 제기됐다.

서울사회경제연구소(이사장 변형윤·邊衡尹)가 5일 대한상의에서 주최한 ‘국제통화기금(IMF)관리후 1년간의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은 개혁이 관주도로 추진되고 있는데다 재벌 정치권 관료 등 기득권층의 개혁이 미흡했다고 비판했다.

▽경제정책〓안국신(安國臣)중앙대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지난 1년간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기업과 금융 구조조정에 착수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면서도 “개혁을 실천해가는 과정에서 시장경제라는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특히 관치금융의 표상인 모피아(전현직 재무관료들)를 청산하지 못한데다 정부와 정치부문을 신속과감하게 개혁하지 못해 기업과 금융 등 다른 부문에 대해 구조조정을 선도할 도덕적 권위를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안교수는 “비본질적 빅딜에 집착하여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원칙을 훼손했다”며 “구조조정보다 경기부양을 우선시하는 최근의 경제정책도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와 정치부문의 과감한 개혁과 함께 모피아의 과감한 퇴출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

한편 정운찬(鄭雲燦)서울대교수는 “지난 1년간 구조조정은 거의 이뤄진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교수는 “지금의 경제난국은 재벌 책임이며 경제해법도 재벌개혁에서 찾아야 한다”며 “지금은 비상시국이므로 정부가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서 특히 재벌개혁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개혁〓김상조(金尙祚)한성대교수는 “IMF가 요구하는 것은 한국금융제도의 앵글로색슨화, 즉 시장지향적 금융제도로의 전환”이라며 “재벌구조와 재벌―중소기업의 하도급구조가 비시장적 원리에 의해 지배되는 상황에서 금융제도에만 시장원리가 적용된다고 해서 국민경제의 효율성이 제고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금융개혁은 반드시 재벌개혁과 함께 이뤄져야 하며 은행은 광범위한 소유분산과 종업원지주제 확대를 통해 국민기업으로 전환 육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고금리정책은 중소기업과 군소재벌의 연쇄도산을 야기해 산업기반을 붕괴시키고 동시에 5대재벌로의 자금집중을 심화시켜 구조조정을 지연시켰다는 지적이다.

김세진(金世辰)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논평을 통해 “은행의 주인찾기는 산업과 금융의 분리라는 대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재벌개혁〓김기원(金基元)한국방송대교수는 “부패한 정치권 관료 등 재벌체제와 이해를 같이하는 부분이 여전히 남아있으며 개혁대상인 재벌총수가 구조조정 지휘탑을 맡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외이사 사외감사에 기관투자가 노동조합 소액주주가 추천한 인사가 참여해야 한다”며 “이사회의 권한을 분명히 하고 사외이사의 비중을 절반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개혁〓김형기(金炯基)경북대교수는 현정부의 실업대책에 대해 “실업자 생활안정에 주력하고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고용유지 등 적극적 고용안정대책은 시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교수는 노동정책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하고 그 합의사항의 이행이 강제되는 법제화가 필요하며 노사간에 산업별 교섭체제가 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규진기자〉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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