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일화-뉴코아-크라운제과의 오늘]

  • 입력 1999년 2월 3일 19시 05분


지난달말 법원으로부터 법정관리 개시명령을 받은 경기 구리시 일화㈜ 본사 사무실은 온통 눈물바다가 됐다. 지난해 6월 정부의 퇴출기업 명단에 올라 부도가 난 뒤 모든 임직원이 혼연일체가 돼 뼈를 깎는 구조조정노력을 벌인 끝에 얻어낸 성과였기 때문이다.

1천명에 달했던 직원수는 6개월동안 4백50명으로 줄었다. 절반 이상이 직장을 떠난 셈. 하지만 남은 사람들도 힘겹기는 마찬가지였다. 영업부장은 손수 운전대를 잡았고 관리직 사원들은 예전에 3,4명이 하던 일을 혼자 해냈다.

사장실은 공동임원사무실로 바뀌었으며 소파는 회의용 탁자로 교체됐다. 간부식당이 없어진 것도 작은 변화. 경기도 용인과 제주도에 있던 공장을 팔고 생산제품중 40%인 68개 한계품목을 정리했다. 전국 12개 지점도 폐쇄했다.

피나는 노력 덕택에 1천2백억원에 달하던 금융권 부채는 올해 상반기중 4백억원대로 줄어들 전망이다.

일화의 경우는 IMF이후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나 화의를 통해 재기의 길을 걷고 있는 기업들에는 평균적인 사례.

뉴코아 크라운제과 등 법정관리 기업들의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작업은 치열하기까지 하다.

뉴코아는 작년초 2천5백명에 달하던 직원을 작년말까지 1천3백명으로 줄였다. 경비절감을 위해 비용은 무조건 전년대비 70% 수준에 묶었다. 사무실 형광등의 50%를 소등해 최소한의 불빛 아래서 일하고 있으며 매장내 전구도 모두 절전형으로 교체했다. 이면지를 사용하지 않으면 결재가 불가능하고 포장지까지 재활용한다.

화의중인 크라운제과는 부도 이전의 생산 및 판매를 유지하면서도 인력은 3천6백명에서 2천8백명으로 줄였다. 인력의 대폭감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매출은 2천4백30억원으로 IMF전보다 약간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떠나는 사람과 살아남은 사람이 고통을 함께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명예퇴직자들의 위로금을 마련하기 위해 남은 직원들이 자진해서 상여금 400%를 반납했다. 이들의 정성은 떠나는 사람들에게는 큰 힘이 됐다.

계열사를 10개에서 5개로 줄였으며 조직규모는 60% 수준으로 축소했다. 지난달말 본사와 서울공장을 매각하고 전체 직원이 셋방살이에 들어간다. 올해 목표는 2천6백억원의 매출과 흑자실현이다.

크라운제과 기종표(奇宗標)기획과장은 “법정관리 기업들은 절망의 끝까지 몰려봤기 때문에 구조조정 노력이 더욱 절실할 수 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일단 이 위기를 벗어나면 법정관리 시절의 구조조정 경험이 훗날 중요한 재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환기자〉shean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