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資 「밀물」…적대적 M&A초비상

  • 입력 1999년 1월 6일 19시 41분


외국 자본의 대거 유입으로 적대적 인수합병(M&A)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외국인 지분이 높은 국내기업의 경영권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기업의 경우 정부의 주식분산정책의 결과로 대주주의 지분율이 평균 30%에 불과하고 대부분 주가가 낮아 외국 자본이 마음 먹고 M&A를 시도할 경우 속수무책인 경우가 대부분.

법적으론 외국인이 이사회의 동의없이 취득 가능한 지분이 종전의 10%에서 33%로 늘어나는 등 사실상 적대적 M&A가 자유화된 상태다.

▽M&A가 몰려온다〓이미 지난해부터 외국기업의 국내 진출이 가속화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는 지난해 1∼11월까지 69억달러를 기록, 전년대비 16.4%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 결과로 화학 제지 제약 등 여러 업종에서 외국자본이 시장을 장악했다. 신문용지는 외자계가 73%, 살충제는 존슨앤드존슨, 건전지는 질레트가 각각 국내1위인 삼성제약과 로케트전기를 인수했고 종묘와 농약은 이미 1,2위업체를 모두 인수했다.

여기에 최근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나 무디스 등 외국 신용평가기관들이 잇따라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향상시킬 움직임을 보이면서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으로 눈길을 돌릴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 외국자본에 의해 적대적 M&A가 이뤄진 경우는 극히 드물다. 94년 나이키가 삼나스포츠의 주식을 시가보다 30% 높게 공개 매수, 성공한 경우가 거의 유일한 케이스.

▽표적은 이런 기업〓전문가들은 “내부 지분율이 낮고 외국 지분율이 높은 대기업의 핵심기업이나 우량 계열사가 적대적 M&A의 1차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외국 지분율이 높은 기업은 대기업의 핵심 계열사나 금융기관 또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벤처기업(표 참조).

특히 삼성화재 삼성전자 주택은행 하나은행 등은 외국인 지분율이 내부 지분율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케이스다.

그러나 장부상에 나타난 수치만 갖고 M&A 가능성을 점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해외법인이나 지사에서 본사의 주식을 갖고 있을 경우도 외국 지분으로 잡히기 때문.

▽시급한 대비책〓삼성경제연구소는 6일 ‘외국인 기업 진출 본격화에 따른 파장’이라는 보고서에서 “적대적 M&A가 이뤄질 경우 선진 기술과 노하우가 전수된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국내 산업기반이 잠식되고 주요 업종에서 외국계 기업이 독과점 횡포를 부리거나 급격하게 철수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M&A를 막기 위해선 정관을 개정하거나 사업설명회 개최 등을 통해 방어력을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 수익과 현금 흐름을 중시하는 경영으로 기업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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