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외자유치등 「우회돌파」…강도높은 계획 마련

  • 입력 1998년 11월 25일 19시 35분


12월 중순까지 사업구조조정의 기본계획을 확정지어야 하는 재계로서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24일 ‘재벌개혁’ 발언 등 정부의 잇단 강공 드라이브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김대통령의 언급 자체를 그동안의 사업구조조정이 큰 진전이 없다는 ‘중간평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 특히 김대통령이 채권은행들의 역할을 강조함에 따라 은행권의 부실계열사 여신중단이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지정이 한갓 ‘엄포’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

정부의 개혁 공세로 궁지에 몰린 5대그룹은 모두가 개혁에 저항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알킬레스 건’을 하나씩 갖고 있다.

반도체 단일회사 통합을 앞두고 지리한 경영권 공방을 벌이는 현대와 LG그룹은 물론 대우와 SK그룹도 외자유치 등에서 괄목할 만한 실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우는 총수인 김우중(金宇中)전경련회장이 재계 좌장 입장에서 강성발언을 할 수밖에 없어 금융감독위원회 등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받고있다. 또 기아차 인수를 포기하면서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논의를 촉발시킨 삼성도 ‘자동차 퇴출’논의에 휩쓸려 있다.

그러나 LG그룹 관계자는 “정부 개혁정책에 반한다는 인상을 외국인투자자에게 주는 것은 재계로서도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재계는 김대통령 등 정부 개혁공세의 종착역이 ‘몸통(핵심계열기업)의 외국매각’이 될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부채비율 200%’목표를 맞추기 위해선 현실적으로 값나가는 계열사를 내놓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

그러나 5대그룹 주력계열사들은 현금흐름에 여유가 있고 장기 성장전망이 좋은 경우가 많아 총수들의 ‘결단’은 결코 쉽지 않다.

5대 그룹은 현재 더욱 강도높은 구조조정 계획을 마련하는 등 대외적 이미지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는 ‘우회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5대그룹 계열사들이 최근 잇따라 대대적인 외자유치 계획을 발표하는 것이 좋은 사례다. 전경련도 내달 1일 구조조정업종 사장단을 일본에 보내 본격적인 외자유치 협상을 벌일 예정. 그룹 총수들이 외국출장을 자제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구조조정 원칙과 방법론에서 정부와 재계는 큰 불협화음이 없다”며 “다만 시장을 통한 점진적인 구조조정을 선호하는 재계와 단기간에 가시적인 결과를 원하는 정부간의 갈등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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