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분석]제조업체 1천원어치 팔면 4원 밑져

  • 입력 1998년 11월 12일 19시 30분


국내 제조업체들은 올 상반기(1∼6월) 중 1천원어치의 물건을 팔아 이익을 남기기는커녕 4원을 밑지는 꼴의 헛장사를 했다. 이는 작년 한해 동안 매출 1천원당 3원꼴의 손해를 본 데 비해 손실폭이 더 커진 것이다.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더 많았는데도 최종적으로 적자가 커진 것은 금융비용과 환차손이 급증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제조업체 1백개사 가운데 61개사가 흑자를 내고 39개사가 흑자를 낸 꼴이지만 적자기업의 평균적자액이 흑자기업의 평균흑자액보다 훨씬 많아 이런 결과가 나왔다.

▼늘어난 적자〓한국은행은 ‘98년 상반기 기업경영 분석’자료에서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경상이익률(경상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비율)이 작년 상반기 1.4%에서 올 상반기에는 -0.4%로 악화됐다고 12일 밝혔다. 상반기만 따져서 손해보는 장사를 한 것은 89년 이후 9년만에 처음.

제조업체들은 이같은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자산을 재평가하고 일부 자산을 매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부채비율을 작년말 평균 396.3%에서 6월말 현재 387.0%로 낮췄다.

제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각종 비용절감 노력에 힘입어 작년 동기(7.5%)보다 높은 8.8%를 기록했다. 인원감축과 임금삭감 등으로 인건비 부담이 매출액의 12.0%에서 9.4%로 낮아지고 광고선전비 접대비 연구개발비 등 각종 경비도 크게 줄었다. 1인당 인건비는 작년 상반기의 경우 전년동기보다 8.3% 늘었으나 올 상반기엔 작년동기보다 4.7% 줄었다.

그렇지만 매출액 대비 금융비용이 사상 최대인 9.3%로 치솟고 환율상승으로 인한 환차손 규모가 약 2조9천억원(추정치)에 이르는 바람에 경상이익률이 마이너스대의 수치를 면치 못한 것이다.

▼경영성적의 양극화〓한편 신용경색이 심화되면서 우량기업은 재무구조가 개선된 반면 한계기업들은 퇴출 위협을 받는 등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즉 제조업체 가운데 부채비율이 200% 이하인 우량업체 비중이 33.4%로 작년말에 비해 7.1%포인트 높아졌다. 그런가 하면 자본잠식업체도 작년말보다 2.7%포인트 증가한 11.3%에 이르렀다.

또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이 10%를 초과한 업체의 비중이 작년 상반기 8.8%에서 올 상반기 14.7%로, 적자를 면치 못한 기업도 26.8%에서 38.6%로 각각 증가했다. 제조업체 1백개사 가운데 39개사가 적자기업인 셈.

이밖에 올 상반기 차입금 의존도는 54.7%, 자기자본비율은 20.5%로 작년 상반기와 비슷했다.

한편 종업원 1인당 매출액 증가율은 작년 상반기 13.9%에서 올 상반기 20.9%로 높아졌으나 수익성 악화로 인해 1인당 부가가치 증가율은 이 기간중 11.4%에서 9.3%로 떨어졌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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