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제조업 확대전략」조정 골몰…「현대」에 위기감

  • 입력 1998년 10월 28일 19시 19분


삼성자동차의 기아인수 실패로 삼성그룹의 장기경영전략 추진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87년 이건희(李健熙)회장 취임이후 소프트형 업종과 중후장대형 제조업의확대균형을 목표로 무섭게 추진해오던 삼성의 ‘제조업 기반확대전략’이벽에 부닥치고 만 것.

특히 새정부들어 라이벌 관계에 있는 현대에 비해 기업세가 현저하게 약화하고 있는 데 대해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삼성은 그동안 21세기 ‘신수종사업’으로 키워온 삼성자동차의 독자생존 자체가 불투명해지고 주력 제조업종 중 항공 유화 발전설비 등이 일제히 빅딜대상에 포함되면서 사업기반이 크게 축소됐다.

이에 따라 삼성은 내부적으로 그룹의 면모를 일신, 침체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공기업 인수나 21세기형 신생 제조업 발굴 등 새로운 장기성장전략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제조업 기반 축소〓삼성물산을 모기업으로 시작, 식품 전자 등이 중심이었던 삼성은 이건희회장 취임이후 ‘중후장대’형 제조업 확장에 주력해왔다.

92년 상용차사업에 진출한 데 이어 94년말 자동차사업을 시작했으며 항공 중장비 부문에도 대대적인 투자를 해왔다. 특히 자동차사업은 삼성전기가 자동차부품을, 삼성물산이 자동차 해외영업을 맡는 등 자동차소그룹은 그룹의 성장산업으로 부상했던 것이 사실.

또 91년 충남 서산에 민간기업 최대의 석유화학콤비나트인 삼성종합화학단지를 건설했으며 94년 한비를 인수, 삼성정밀화학을 시작, 화학산업기반을 마련했다.

그러나 최근 구조조정 과정에서 삼성은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항공, 삼성중공업의 발전설비와 선박엔진은 타기업과의 통합을 위해 내놓았으며 중장비부문은 볼보에 매각한 상태.

기아 인수에 실패한 삼성자동차 역시 ‘신수종 사업’이 아닌 ‘애물단지’가 돼버렸다. 삼성자동차는 외자유치 등을 통해서라도 자력경영을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그룹내의 반응은 냉담한 편.

결국 삼성그룹은 이회장 취임이후 새롭게 확장해온 제조업은 대부분의 사업이 축소되거나 없어졌고 기존의 전자 조선 금융업종만이 온전히 남게 됐다.

▼그룹침체의 돌파구는〓이처럼 삼성이 위축되고 있는 반면 현대는 기아를 인수, 재계 랭킹 1위자리를 더욱 공고히 함에 따라 삼성내부에서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자칫 전자 금융소그룹 중심의 미니그룹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수익성이 높은 신생 제조업을 발굴해야 하는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특히 그동안 기아인수를 위해 그룹차원에서 확보해 놓은 고금리 자금을 그대로 썩이고 있을 수는 없는 입장이다. 삼성이 그동안 계열사 회사채발행, 외자유치, 지분매각등을 통해 확보해 놓은 자금이 3조원 이상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삼성은 기획팀 등을 중심으로 포철 한전 가스공사 등 조만간 민영화 예정인 공기업을 인수하는 방안을 조심스레 검토하고 있으며 새로운 성장사업 발굴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재무팀쪽에서는 ‘신규사업 확장’보다는 ‘기존사업 건실화’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기아인수 자금으로 그룹 부채를 갚고 주력업종인 전자분야에 투자를 확대해 ‘수성(守成)’에 주력해야 한다는 입장.

이회장의 제조업 확대전략이 구조조정이후에도 계속될지 주목된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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