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銀 파업 임박]금감위-노조, 감축인원등 이견 팽팽

  • 입력 1998년 9월 27일 19시 17분


9개 은행 노조의 총파업을 앞두고 금융노련과 사용자측이 사상초유의 은행파업을 막기 위한 대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쟁점사항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대화 지시를 받은 은행장들은 즉시 금융노련 및 9개 은행 노조와 인원감축 규모와 시기, 퇴직인원에 대한 가산금 지급 등 주요 쟁점에 대한 협상에 나섰다.

그러나 추원서(秋園曙)금융노련 위원장은 27일 은행장 대표 자격으로 금융노련에 대화를 요청한 제일은행 유시열(柳時烈)행장을 만나주지 않았다.

금융노련은 은행장들이 주요 쟁점에 대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실권이 없기 때문에 협상을 해도 소득이 없고 시간만 끌 뿐이라며 협상 재개에 대해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금감위는 인원감축의 시기와 규모, 퇴직자 보상 수준을 노사가 합의하면 바꿀 수 있다고 당초 입장에서 다소 후퇴한 제의를 내놓았다.

그러나 금융노련은 협상 재개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는 인원감축 규모와 시기가 담겨있는 경영개선 이행각서(MOU)를 먼저 반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떤 방식이건 노사 합의가 이루어지면 이행각서의 내용을 바꿀 수 있으므로 양측이 단순히 형식 문제를 놓고 감정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무척 복잡하게 얽혀 있다.

금감위로서는 노조에 밀려 무리한 양보를 했다가 은행구조조정이 실패로 돌아가는 상황은 절대로 막아야 하기 때문에 양보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은행 노조가 실제로 총파업에 들어갈지에 대해서도 금융노련과 금감위의 전망이 다르다.

금융노련은 9개 노조를 설득할 수 있을만큼 금감위가 양보를 하지 않으면 총파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

금융노련 내부에서는 ‘총파업을 거론하다가 유보했던 전례를 들어 정부가 노조를 얕잡아 보지만 이번에는 본 때를 보여주겠다’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금감위는 총파업이 쉽지는 않으리라고 보고 있다. 은행들이 해직대상자를 정하지 않은 상태이고 파업에 나서는 노조원이 불이익을 받는 상황에서 쉽사리 총파업으로는 진전되지 못하리라는 것이다.

금융계에서는 사상 초유의 은행파업을 막기 위해 28일 금감위와 금융노련이 대타협을 위한 입장변화를 모색할 것이라는 마지막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김상철·송평인기자〉sckim00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