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재계, 「디플레이션」 진입여부 공방

  • 입력 1998년 9월 17일 19시 13분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물가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디플레이션의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현대 삼성 LG 등 민간경제연구소들은 “IMF 이후 고금리 긴축정책의 여파로 이미 디플레이션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고 “경기부양책을 빨리 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소비위축→물가하락→투자 및 생산감소→소득감소→소비위축의 악순환 고리로 접어들었다는 것.

정부는 그러나 이를 ‘과장된 엄살’로 돌리면서 “현재의 경기침체는 구조조정에 따른 진통이며 디플레를 걱정할 상황은 결코 아니다”는 입장이다.

▼잿빛 경제 지표들〓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종합주가지수는 작년8월 740.47에서 올8월 312.80으로 57.8% 하락. 주택매매 가격지수는 작년7월 103.8에서 올7월 91.7로 11.7% 떨어졌다.

또 올 상반기 민간소비(-11.6%)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5.3%)보다 더욱 큰 폭으로 감소했으며 설비투자 및 건설투자도 각각 46.7%, 10.7% 줄었다. 8월중 소비자물가는 7월보다 0.35% 올랐으나 수해에 따른 농산물 가격 인상분을 제외하면 오히려 0.3%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따라 민간연구소들은 경제의 불확실성을 없애지 못해 내년까지 총수요 위축이 지속될 경우 우리경제는 본격적인 디플레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경기부양책 논란〓재계는 “디플레 예방을 위해 경기부양 대책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측 시각은 다르다. 재정경제부는 “최근 물가하락은 작년말 환율급등으로 상승했던 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지 디플레로 볼 수 없다”는 입장.

한국은행도 “경기침체는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일시적으로 총수요를 억제했기 때문이며 디플레에 빠질 가능성은 적다”고 말하고 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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