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장기銀 합병]은행 「짝짓기」 확산될듯

  • 입력 1998년 9월 10일 19시 53분


국민은행과 장기신용은행의 전격적인 합병 선언을 계기로 은행의 짝짓기 시도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두 은행의 합병 결의는 일단 합병작업이 지지부진한 조흥 외환 등 조건부승인 은행을 ‘궁지’로 몰아넣는 한편 독자 생존을 모색하고 있는 일부 우량은행에도 합병 카드를 다시 한번 점검케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금융권의 분석이다.

우선 조흥은행의 처지가 가장 어려워졌다. 조흥은 외환과의 합병을 거부하면서 물밑에서는 장기신용은행을 합병대상으로 지목, 적극적인 구애(求愛)전략을 펼쳤다.

그러나 장신은 조흥측이 흡수합병을 꾀하는 것으로 보고 국민은행으로 돌아선 것.

금융계에서는 “조흥은행의 마지막 카드는 주택은행 정도”라고 추론하고 있지만 김정태(金正泰)주택은행장이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합병을 본격 거론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외환은행은 대주주인 코메르츠방크가 외환은행 정상화에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가 변수다. 일단 부실은행이라는 점을 들어 조흥은행과의 합병을 반대하고 있는데다 특히 금융당국의 합병전 감자(減資) 요구에 코메르츠가 반발하고 있다고 외환은행측은 귀띔했다.

외환은행은 이에 따라 2억달러 규모의 추가 출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8일 독일 현지에 종합기획담당 임원을 급파, 협상결과가 주목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코메르츠가 추가 출자에 동의하면 외자유치만으로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외환은행의 독자 생존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퇴출은행을 인수한 신한 한미은행 등 일부 우량은행의 향후 행로도 관심대상. 두 은행은 외자유치를 통한 독자 생존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으나 ‘국민+장은 합병카드’가 던져지면서 선도은행(리딩뱅크)을 모색하느냐, 중규모 은행으로 생존하느냐의 갈림길에 놓이게 됐다는 분석이다.

한편 제일 서울은행의 해외매각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이들중 한 곳과 외환 또는 조흥은행과의 짝짓기가 모색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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