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정리해고보다 낫다』分社 채택

  • 입력 1998년 8월 25일 19시 26분


‘삼건 베리클’의 이태철(李泰哲)사장은 석달 전만 해도 잘나가던 ‘삼성맨’이었다. 82년 입사 이래 동기중에서 빠른 승진코스를 달린 그는 40대 초반의 나이에 부장에 올랐다. 그러나 올해 5월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청산하고 지금은 직원 12명의 작은 회사 사장으로 변신해 있다.

그는 요즘 새로운 기업 구조조정 방식으로 각광받고 있는 ‘분사(分社)’를 자원, 창업에 나선 경우.

“연초부터 구조조정 얘기가 나돌면서 직장 분위기가 불안해지더군요. 그때 직원 몇몇이서 ‘차라리 독립해보자’고 상의를 해왔습니다. 하룻밤을 고민하고 결심했죠.”

그는 회사 운영계획 등에 대해 사업계획서를 짜서 회사에 제출했다. 인력감축 아이디어를 짜느라 고심하던 회사측은 대환영이었다. 양측의 필요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셈.

삼성은 “자립할 때까지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삼성 발주 물량의 일정분을 보장받았다.

과감하게 박차고 나오긴 했지만 처음에는 ‘불안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독립하고 첫 한달간은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어요.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돼서 소변도 잘 나오지 않더군요.”

그러나 독립 3개월째인 지금 그는 ‘일단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중간평가를 내리고 있다. 삼성의 주문량이 큰 기반이 됐으며 열심히 발로 뛴 결과 전체물량의 30% 정도를 삼성 외의 업체에서 따냈다.

일의 강도는 삼성 시절보다 훨씬 세졌다. 근무시간은 삼성의 7·4제가 아닌 7·7제. 그러나 석달간 정시에 퇴근해 본 적은 거의 없다.

현대전자의 사업부서였다가 7월초 분사한 멀티캡은 기존 직원 2백여명 중 1백명이 참여한 완전한 독립회사. 최대주주는 퇴직금 등으로 40.1%를 출자한 직원들이다.

이 회사는 멀티캡이라는 브랜드를 그대로 쓰는 것 외에는 전적으로 현대와 독립경영을 하고 있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바뀐 처지에 적응하느라 힘겨운 ‘생존싸움’을 벌이고 있다. 보수는 대폭 깎였고 매출도 상당히 줄었다. 그러나 나름대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강점을 결합시키는데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이명재기자〉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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