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상반기 결산]22개 일반銀 6조7천억 적자

  • 입력 1998년 7월 24일 19시 44분


5개 퇴출은행을 제외한 22개 일반은행이 상반기(1∼6월)중 사상최대 규모인 6조7천2백35억원의 적자를 냈다.

특히 제일과 서울은행은 지난해 정부가 각각 출자한 1조5천억원에 육박하는 1조3천여억원씩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15개 은행이 무더기 적자였다.

작년말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를 넘어 금융감독위원회의 1차 경영평가에서 제외됐던 지방은행들도 5백67억∼2천8백82억원의 적자를 내 자기자본비율이 급락하게 됐다.

더구나 내년부터 도입되는 국제기준을 적용하면 이 비율은 더욱 더 떨어질 전망이다.

▼왜 적자 커졌나〓일반은행의 업무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약간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천문학적인 규모의 적자를 낸 것은 지난해 결산에 반영하지 않은 부실을 올해 모두 반영한 데 따른 것이다.

24일 금감위에 따르면 예금과 대출의 금리차 확대 등에 따라 22개 일반은행의 상반기 업무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증가한 2조6천6백86억원에 달했다.

대출의 부실화 등에 대비해 쌓아야 할 각종 충당금 추가적립액은 작년 동기보다 328% 늘어난 9조2천7백41억원이었다.

부문별로는 △대손충당금이 6조3천2백67억원 △퇴직급여충당금이 1조4천5백60억원 △유가증권평가손이 2조2백14억원에 이르렀다. 이중 4조1천5백89억원은 작년말에 적립하지 않았던 것을 올해 상반기 결산에서 한꺼번에 반영한 것.

이를 제외하면 상반기 적자규모는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지만 이같은 점을 감안해도 경영실적은 악화됐다.

금리 급등으로 예대금리차가 확대되고 자금운용량이 28.0%나 증가했음에도 기업의 연쇄부도에 따른 무수익여신 증가로 이자부문 이익은 12.2% 증가에 그쳤다. 또 신탁부문 이익도 작년 동기보다 76.3% 감소한 1천4백57억원에 불과했으며 주식 매매에서는 1조7천8백33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총경비는 2조9천9백28억원으로 4.6% 감소했지만 지난해부터 은행들이 인원 감축과 경비 절감을 하겠다고 요란을 떨었던 것을 감안하면 크게 미흡한 편이다.

22개 은행은 작년 상반기의 경우 각종 충당금을 일부만 쌓은 결과 1천7백41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은행별 성적〓우량은행 부상과 부실은행 침체 등 은행권 판도 변화의 흐름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이미 부실을 모두 떨어낸 주택 하나 장기신용은행이 당기순이익 1,2,3위를 차지했다.

국민 신한 한미 보람은행 등 다른 우량은행들도 65억∼4백95억원의 흑자를 냈다. 이는 예금이 우량은행으로 몰리면서 업무이익이 급격히 늘어난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제일 서울은행은 부실을 떨어내느라 각각 1조2백억원과 1조2천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기도 했지만 정부출자분을 거의 다 까먹은 셈이다.

조흥 상업 한일 외환 등 기존 대형 시중은행들은 감춰뒀던 부실이 드러난 영향이 크지만 업무이익 증가율이 우량은행에 못미치거나 감소 또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 결과 예외없이 5천억원 이상의 적자를 냈다.

이들 은행은 1년 전만해도 3백20억∼7백억원의 흑자를 냈었다.

조흥 상업 한일 외환 등 금감위 경영평가에서 조건부 승인판정을 받은 4개 은행과 지방은행은 합병 또는 외국자본과의 합작없이는 지속적인 수익 악화를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의든 타의든 금융권의 큰 지각변동이 불가피한 상황인 셈이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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