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인수戰 본격화]포드 일단 우세…삼성「배수진」

  • 입력 1998년 7월 16일 07시 21분


기아 및 아시아자동차의 국제공개경쟁 입찰기준이 15일 발표됨에 따라 국내외 자동차업체들의 기아인수전이 본격화됐다.

이번 국제입찰의 향방은 입찰자 선정방식과 부채탕감 규모가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인수 희망업체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기아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삼성은 세계적 투자가인 사우디의 알 왈리드왕자에게서 5억달러 가량을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한편 미국 포드 및 유럽자동차업체와의 컨소시엄 구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또 기아의 대주주인 포드측은 웨인 부커부회장이 이날 방한해 정부와 기아 삼성 채권금융단 관계자를 잇따라 접촉하기 시작했다. 현대와 대우는 입찰조건을 따져보며 금명간 제휴협상에 나설 태세.

▼입찰기준에 불만있는 국내업체〓산업은행이 발표한 낙찰자선정기준은 응찰가의 비중이 30%에 불과하고 현금흐름 30%, 기아 및 아시아자동차의 경쟁력제고 및 장기발전 기여도 15%, 고용 및 수출기여도를 25% 감안하게 되어 있다.

최고 점수를 받으려면 여러 항목에서 골고루 점수가 좋아야 한다. 여기에다 인수자금의 조달방법까지 따지게 되면 응찰가를 아무리 높게 써넣어도 자금여력이 부족하고 고용승계를 못하거나 수출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탈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구성될 평가단과 이들이 작성할 선정기준별 배점 및 평가항목, 평가방법이 구제적으로 어떻게 되느냐가 낙찰자 선정에 결정적 변수가 된다. 이 과정에서 자칫하면 공정성과 자의성의 문제가 제기될 소지가 다분히 있다.

그렇다고 해도 현재 상황에서 가장 유리한 업체는 미국의 포드사라는 게 중론. 자금력은 물론 세계 2위의 자동차업체로서 여러가지 강점을 동원하면 입찰결과는 뻔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 다만 포드가 과연 단독으로 투자할 의지가 있느냐가 변수가 될 전망.

국내업체 가운데선 후발업체인 삼성자동차가 기술 수출 등 비가격적인 요소에서도 현대 대우에 뒤처져 가장 불리한 형국이다.

▼부채탕감규모가 관건〓인수 희망업체들이 인수전략을 세우려면 인수가격을 먼저 책정해야 하고 인수가격을 정하려면 부채탕감규모가 관건이 된다.

부채탕감액이 크면 가격이 올라가고 그렇지 않으면 가격은 내려갈 수밖에 없다.

현재 기아의 부채는 8조7천5백억원, 아시아는 3조7백억원으로 총 11조8천2백억원에 달한다. 부채가 자산을 2조4천6백억원 초과한 상태.

산업은행측은 상당부분 부채탕감이 불가피하다고 보는데 반해 채권금융기관들은 이에 부정적이어서 큰 진통이 예고되고 있다.

▼배수진친 삼성, 열쇠쥔 포드〓삼성은 자동차의 빅딜(기업간 대규모 사업교환)을 의식해 기아인수에 배수진을 쳤다. 기아를 인수하지 못하면 삼성자동차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각오다.삼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아인수 필요성이 적은 현대와 대우는 다소 관망적인 태도. 현대는 금강산개발과 한국중공업 포항제철 등 공기업쪽에 더 관심을 갖고 있는 분위기이며 대우 역시 자본제휴상대인 미국 GM의 파업으로 외자조달이 지연되는 실정.

그러나 인수전의 최대 변수는 역시 종합성적에서 가장 유리한 포드의 태도. 여러가지 상황변화가 예상되지만 결국 단독응찰에 따른 위험부담 때문에 포드가 국내업체 한곳과 제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관측한다.

〈이영이·이희성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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