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기관 통폐합]업무중복에 국고보조 1천억수준

  • 입력 1998년 7월 8일 19시 35분


정부가 통폐합 작업에 착수한 농어촌진흥공사 농지개량조합연합회 농지개량조합 등 3개 기관은 수리시설 설치와 유지관리 업무를 중복 수행할 뿐더러 부실운영으로 80년대 말부터 개편움직임이 있었다.

농민들 사이에서는 ‘농민 9명이 농업관련 종사자 1명을 먹여살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 촌로(村老)들은 아직도 농조를 일제시대 수리조합으로 부르기도 한다.

정부 스스로도 그동안 유사업무를 사업규모에 따라 농진공과 농조연에 안배해 조직을 비대화하는데 일조했다.

▼업무 및 조직중복〓경지정리 배수개선 등 농업생산 기반의 정비기능을 농진공 농조연 농조 세 기관이 함께 수행한다.

기본조사와 설계 감리업무는 농진공과 농조연이 경쟁하고 경지정리와 수리시설 관리는 농진공과 농조가 나눠 맡는다.

도에 같은 일을 하는 농진공 지사 9개와 농조연 지회 8개가 별도로 설치돼 있다.

시군에는 농진공 지부 83개와 농조 1백5개가 중복 운영되고 있다.

수리시설 설치는 농진공이, 유지관리는 농조가 맡아 인근 농조간에 다툼이 생기면 농진공이 조정하기가 쉽지 않다.

정원은 △농진공 2천4백78명 △농조연 6백72명 △농조 4천24명으로 전문가들은 최고 30%까지 인원 감축이 가능해 인건비 1천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운영부실 실태〓총 1백5개 농조 중 국고보조 없이 살림을 꾸려가는 곳은 10개에 불과하다. 운영경비가 모자라 예산편성이 어려운 농조가 20개에 달하고 직원 퇴직금을 줄 수 없는 곳도 31개에 이른다.

국고보조금은 89년 6백67억여원에서 점차 늘어나 95년에는 1천20억여원에 달해 국민부담이 가중됐다. 올해에는 국제통화기금(IMF) 여파로 국고보조가 9백16억여원으로 감소했다.

일선 농조는 운영경비의 55%를 국고보조로 충당한다. 15%는 조합비이고 나머지 30%는 자산매각과 차입금 등으로 처리하고 있다.

95∼96년 농조 발주공사 2백63건의 65.4%가 제한입찰과 수의계약으로 처리되고 평균낙찰률도 94%를 넘어 이로 인한 예산낭비가 3백50억원에 달한다는 지적도 있다.

제한입찰과 수의계약 과정에서 일부 조합장들이 공사비의 일부를 리베이트로 챙기는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고 농림부 고위관계자는 귀띔했다.

선출직 조합장에게 운전기사와 여비서가 딸리고 판공비가 배정돼 이 비용만 연 1백억원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진기자〉lee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