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세금 34∼36만원 더 부담…적자예산 편성

  • 입력 1998년 6월 26일 20시 37분


정부가 대규모 적자예산을 편성하기로 함에 따라 나라살림이 본격적인 적자시대로 접어들게 됐다.

구조조정 및 실업 대책과 경기부양 등에 씀씀이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반해 수입은 갈수록 줄어들자 우선 급한 대로 빚을 쓰게 된 것이다.

회사원이 월급봉투는 얇아지는데 주택대출자금 이자 등 어쩔 수 없는 지출은 늘어 빚을 지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정부의 경우는 국민이 몇년 뒤에 낼 세금을 담보로 한국은행 등으로부터 빚을 끌어 쓰는 것으로 이는 결국 국민의 빚이다.

그런데 나라살림이 한번 적자로 돌아서면 좀처럼 균형 또는 흑자로 반전시키기 어렵다. 특히 경기침체가 계속되면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국민경제를 압박하게 된다.

▼국민부담이 갈수록 늘어난다〓적자재정에 따른 국민의 고통은 우선 인플레를 통해 가중된다.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돈을 빌리면 이는 결국 통화증발로 이어진다. 한은은 통화안정증권 발행 등을 통해 통화량을 조절하겠다고 하지만 결국 수년간에 걸쳐 인플레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더욱 직접적인 국민부담은 역시 15조5천억∼16조5천억원으로 추산되는 올해 재정적자분을 결국은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는 점. 올해 당장 세금을 더 내지 않지만 앞으로 몇년에 걸쳐 국민 1인당 34만∼36만원의 세금부담이 추가되는 것이다.

이같은 세금부담이 올해 모두 이뤄진다고 가정할 경우 국민 1인당 세금부담은 정부가 당초 예상한 2백7만원에서 2백41만∼2백45만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건전재정을 회복하기 어렵다〓예산당국은 내년 이후의 경제를 상당히 낙관적으로 보더라도 올해 발생할 재정적자를 해소하는데는 15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내년에도 경기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을 적자규모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자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균형예산론자들은 재정마저 부실해지면 우리 경제가 회복불능 상태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적자재정이 불가피한 사정〓재정적자 폭을 늘릴 수밖에 없는 것은 우리 경제가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에 따른 △신용 경색 △중소기업의 자금난과 연쇄도산 △민간소비 위축 △폭발적인 실업자 증가 등 총체적 난국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우선 세입 측면의 차질이 심하다. 극심한 경기침체로 부가세 등 세수실적이 당초목표에 7조∼8조원 미달할 전망인 것. 징세 실무자들은 이보다 더 늘어날 지도 모른다고 걱정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교통세를 인상하기로 했고 이자소득세를 올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지만 이 부분의 세입증가는 1조원 내외에 그칠 전망이다.

세입에서 큰 차질이 생긴 상태에서 균형예산을 유지하려면 세입부족분만큼 세출을 줄여야 하지만 사정은 정반대다. 경기침체가 극심한 가운데 정부지출까지 줄일 경우 실물부문의 붕괴마저 우려되고 있는 것. 정부측은 인건비 등 경상비도 줄여야 하지만 월급 10% 반납 등 이미 줄인 부분 이외에 추가 삭감은 어렵다고 말한다.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를 더 줄여봐야 1천억∼2천억원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얘기.

결국 당장 경제가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적자예산 편성 이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게 정부의 결론이다.

▼외국의 경우〓96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대비 재정적자폭은 △독일 3.65% △프랑스 5.58% △영국 5.79%(95년 기준) △미국 0.83%.

90년대 초 한창 구조조정기에 있던 북유럽국가의 경우 △핀란드 92년 14.8%, 93년 13.4% △스웨덴이 93년 16%, 94년 13.7%에 이르기도 했다.

이같은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이들 국가는 구조조정의 성공으로 경제성장을 회복, 저인플레에 고용안정을 이룩했다.

그러나 예산청의 한 고위관계자는 “적자재정 규모가 늘어나면 매년 이자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과거 필리핀이나 아르헨티나처럼 100%를 넘는 인플레에 경제기반이 붕괴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재정적자 예산편성은 안하면 좋지만 하더라도 최소 규모로 해야 한다는 것.

이와 관련, 한국개발연구원(KDI) 고영선(高英先)박사는 “적자재정을 통해 조달된 재원은 경기부양이 아니라 철저히 구조조정에 사용해야 한다”고 절충안을 제시했다.

〈반병희·임규진기자〉 bbhe4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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