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재계, 자산매각때 부과 세금 두고 줄다리기

  • 입력 1998년 5월 2일 19시 22분


“부동산을 팔아도 세금을 내면 남는 게 별로 없다.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안된다.”(재계 관계자)

“그게 무슨 소리냐. 세금을 충분히 깎아줬다. 더이상 깎아주면 조세형평에 문제가 생긴다.”(정부 당국자)

기업을 사고 파는 이른바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문제로 재계와 정부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재계는 사업매각 부동산처분 기업합병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과되는 세금이 너무 과중하다며 감면폭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력 주장한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는 더이상의 세금감면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한마디로 ‘불가’라는 입장이다.

기업들이 자산 매각시 내야 하는 세금은 특별부가세와 법인세. 매각대금을 금융기관부채 상환에 쓰면 매각차익에 대한 세금(특별부가세 20%)을 면제해주지만 매각대금이 법인소득으로 들어가 이익으로 처리되면 다시 법인세(28%)가 부과된다.

최근 라이신 사업을 독일 바스프사에 6억달러(약8천5백억원)에 매각한 대상그룹의 예를 보자. 매각대금으로 부채를 상환하면 특별부가세는 면제받아도 매각대금 수입으로 영업이익을 내게 되면 법인세와 주민세로 총 30.8%를 내야 한다. 각종 비용을 제외해도 세금만 1천3백여억원이 된다는 얘기다.

효성바스프와 한화바스프우레탄을 각각 합작사인 바스프에 넘긴 효성과 한화도 마찬가지. 한화는 1천2백억원에 매각해 1백억원의 세금을 냈으며 효성도 매각대금 6백40억원중 제비용을 빼고 20% 이상이 세금으로 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채상환시 면제받는 특별부가세도 다시 해당기업의 부채비율이 높아지면 면제가 취소되기 때문에 기업입장에서 까다롭기는 마찬가지. 이에 따라 일부기업에서는 매각대금으로 부채상환을 하지 않고 특별부가세를 납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세금감면 혜택(20%)이 기업들의 차입금리(23∼30%)보다 적기 때문.

그러나 이같은 재계의 요구에 대해 재경부측은 “대상의 라이신 사업매각의 경우 원래 세금 2천2백56억원에서 9백88억원이나 깎아줬다”며 “더이상의 세금감면 요구는 무리”라고 반박한다.

특히 재경부는 “세수(稅收)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에만 세금감면혜택을 주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며 자꾸 감면조항을 만들면 기업들이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편법을 동원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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