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구조조정 어디로]재계,개혁안 슬그머니 미뤄

  • 입력 1998년 2월 2일 19시 39분


새정부가 2일 기업간 대규모 사업 교환(빅 딜)을 기업자율에 맡기겠다며 다소 후퇴하는 양상을 보이자 재계가 새정부 재벌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직 구조개혁안을 발표하지 않은 주요그룹들은 새정부 재벌정책의 실체가 확실해진 후에 구조개혁 방침을 밝히겠다는 입장. 재벌그룹 관계자는 “새정부의 재벌정책이 중심이 없이 왔다갔다하는 것 아니냐”며 “수출에 온갖 힘을 쏟아야 할 기업들이 무리한 개혁요구에 맞추느라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는 “기업이 필요하면 스스로 빅 딜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새 정부는 빅 딜을 강요하기보다 빅 딜을 유도하는 정책으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재벌개혁의 실체〓재계는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벌개혁에 대해 “실체를 알 수 없다” “새 정부 안에서도 목소리가 다르다”며 불만을 제기 한다. 전경련은 5일 열리는 30대그룹 기조실장회의에서 김원길(金元吉)국민회의 정책위의장을 초청, 개혁의 실체를 들어보기로 했다. 이날 회의는 당초 새정부로부터 24일까지 빅 딜을 성사시키라는 요구를 받은 재계가 구체 방안을 논의하자는 자리였으나 실제로는 김의장과의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하고 재벌 개혁 방안을 발표하지는 않는다. 30대그룹 기조실장들은 이날 회의에서 빅 딜의 문제점을 김의장에게 상세히 설명하고 빅 딜의 최종목표가 외국자본의 유치인지, 아니면 대기업의 업종전문화인지 분명히 해달라고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빅 딜의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는 기아자동차 처리방침을 묻고 정리해고제를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시켜달라고 조르기로 의견을 모았다. ▼기업 회생책 요구〓주요 그룹들은 그동안 준비해오던 강도높은 구조개혁안을 슬그머니 뒤로 미룬 채 정부가 고금리 고환율 등을 해소해 기업을 회생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구조개혁안을 발표한 재벌그룹은 현대 삼성 LG 등 세 그룹뿐으로 나머지 그룹들은 눈치만 보고 있다. 대주주의 사재(私財)출자와 관련, 이건희(李健熙)삼성그룹회장을 제외한 재벌그룹 총수들은 “새정부가 요구하는 사재출자는 재벌개혁의 근본취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서 사재 출자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재벌그룹들은 “고금리 고환율로 기업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만큼 새정부는 빅 딜 등 비현실적인 재벌개혁에만 매달리지 말고 기업회생을 위한 현실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영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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