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공동선언]막판까지 절충거듭…「未完의 합의」

  • 입력 1998년 1월 20일 20시 12분


노사정(勞使政)위원회가 커다란 산고(産苦) 끝에 ‘공동선언문’이라는 첫 작품을 만들어냈다. 노사정 3자는 ‘수정안’ ‘재수정안’ ‘중재안’ ‘조정안’ 등을 끊임없이 내놓으며 며칠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절충을 벌였다. 평행선을 달리던 협상의 고리가 풀린 것은 20일 전권을 위임받은 실무대표들간의 막판 협상에서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측이 노(勞)측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면서부터였다. 김차기대통령측은 선언문의 5개 결의사항 중 다섯번째 항인 ‘고용조정(정리해고)법제화’의 명문화 문제에 대해 노측의 수정안을 상당부분 받아들였다. 노측의 ‘해외투자자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에 노력한다’는 수정안에다 ‘10대 의제에 대해 2월 중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합의한다’는 부분을 덧붙인 것이다. 결국 ‘고용조정 법제화’라는 문구가 명시되지 않음으로써 노동계의 반발을 무마하면서도 해외투자자들에게는 투자환경 개선에 관한 일정을 분명하게 제시한 셈이다. 또 공동선언문의 나머지 4개항을 보아도 노동계의 요구가 상당부분 반영됐음을 알 수 있다. 특히 2항(과감한 기업의 구조조정과 무분별한 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방지에 노력한다)은 노측이 역점을 두어 요구한 사항이다. 노측은 협상과정에서 “부당노동행위 근절에 대한 확실한 조치가 없으면 결국 노사정위원회에 들러리가 되라는 말”이라며 ‘고용조정 법제화’의 명문화를 막는 일 못지않게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물론 사(使)측은 이같은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며 반발했으나 정부측이 노측과 의견을 같이 함에 따라 입장을 관철하지 못했다. 사용자측이 당장 얻어낸 것은 임금 및 근로시간 조정에 노동계가 적극 동참하고 쟁의행위를 최대한 자제한다는 것 정도다. 문제는 2월 임시국회로 처리시한을 정해놓은 정리해고제 법안에 대해 노측이 동의하느냐의 여부다. 노측은 노사정위원회에 참석하면서부터 정리해고제의 법안처리에는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지금도 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그렇다고 타협의 길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어차피 99년3월부터 시행하게 돼 있는 정리해고제를 이번 기회에 요건을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만들어 실리(實利)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예컨대 정리해고 법안에 ‘사전에 임금삭감과 근로시간조정 등 해고를 피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반드시 노측의 합의를 얻어야 한다’는 식의 엄격한 요건을 붙인다면 득이 더 크다는 게 노측 일각의 생각이다. 〈김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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