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재벌 사업교환 개입…주거래銀활용 업종전문화 유도

  • 입력 1998년 1월 16일 20시 12분


정부는 재벌들이 전문 대기업으로 변신하도록 기업간 대규모 사업교환(빅 딜)을 유도하되 제대로 진척되지 않으면 행정지도와 주거래은행 제도의 활용 등을 통해 적극 개입할 방침이다. 구체 방안으로 자동차 반도체 가전 조선 석유화학 등 주요 수출산업과 항공산업 등 설비과잉 분야에 대해 업종마다 상위 2,3개 업체만 남기고 정리한다는 복안이다. 그룹별로도 2,3개 전문 업종에 특화하도록 유도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 이 구상은 예컨대 삼성그룹의 경우 금융 반도체 중심으로, 현대그룹은 중공업 자동차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토록 유도한다는 것으로 사실상 업종 전문화제도의 부활을 예고한다. 정부는 이와 관련, 재벌그룹간 사업교환 때 차액에만 세금을 부과하고 기업결합 금지규정의 예외를 인정하는 등의 빅 딜 지원정책도 마련중이다. 재정경제원 고위관계자는 16일 “빅 딜을 통해 산업별로 강력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며 “삼성과 현대그룹이 자동차와 반도체를 서로 맞바꾸는 정도의 혁신적 조치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재벌들은 계열사를 차라리 외국 기업에 넘길지언정 다른 재벌에 주지는 않으려 한다”며 “필요하다면 정부의 행정지도를 통해서라도 빅 딜을 성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계는 미국 유럽과 우리나라는 사업환경과 기업문화가 달라 업종을 특화한 뒤 불황에 빠지면 그 대기업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빅 딜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한계사업과 비주력부문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관련 기업들끼리의 빅 딜은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재경원 관계자는 “한계사업이나 부실기업을 정리하는 정도로는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를 극복할 수 없다”며 “업종 특화를 위해 수익성 있는 사업도 과감히 처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개입수단으로 주거래은행 제도를 활용할 방침이다. 즉 빅 딜은 소유관계의 변화를 뜻하고, 이는 채권 채무의 승계이기 때문에 사전 또는 사후에 관련 금융기관이 관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어차피 재벌의 상호지급보증 해소, 동일계열 과다여신 축소 등에 주거래은행의 적극적 역할이 불가피한 만큼 빅 딜에도 개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 재경원은 빅 딜로 인해 주요 산업의 독과점 체제가 강화되는 부정적 효과도 있지만 시장개방에 따른 국제적 경쟁으로 이런 문제점은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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