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추가요구 속셈]美자본 상륙 앞둔「함포사격」

  • 입력 1997년 12월 24일 20시 14분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이 IMF양해각서와 별도로 한국에 추가로 요구사항들을 쏟아내는 의도는 무엇일까. 외환시장규제 철폐, 정리해고 조기시행, 이자제한법 철폐 등 추가 요구내용은 좋게 보면 한국을 시장주의로 유도하는 독려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상륙작전 직전의 「함포사격」에 비유하는 시각도 있다. 금융가에는 이미 한국의 은행 종금사 기업을 물색하는 외국인들의 탐색이 시작되거나 마무리됐으며 추가 요구사항이 관철되는 순간 총공세를 펼칠 것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외환관리 규제철폐〓투자결심을 내린 외국인들이 아직도 꺼림칙해 하는 부분은 한국의 원화환율이 안정됐다가 언제 다시 뛰어오를지 모른다는 것. 5∼6%의 해외금리와 30%에 육박하는 한국의 금리차만 본다면 외국인들은 앉아서 10%이상의 고수익을 챙길 수 있다. 하지만 환율이 10%이상 뛰면 고스란히 역마진을 물어야 한다. 역마진을 피하기 위해서는 환율상승에 따른 환위험을 회피(헤지)할 수 있는 수단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선물환 거래가 하루 2억∼3억달러 수준으로 미미한 실정. 미국은 외국인투자자들이 환위험을 헤지할 수 있도록 먼저 외환관련 규제를 철폐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차익(Arbitrage) 및 투기(Speculation)적 외환거래를 허용하라는 것을 의미한다. ▼정리해고 조기시행〓99년으로 미뤘던 정리해고를 앞당기라는 것은 외국인들이 그만큼 빨리 한국에 투자하고 싶다는 암시로 해석할 수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의 금융기관이나 기업을 인수합병(M&A)할 때 가장 걸리는 대목은 해고를 마음대로 할 수 없는 한국의 노동법. 인수하는 기업을 슬림화할 수 없다면 그만큼 투자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자제한법 폐지〓고금리 유지는 채권가격을 떨어뜨린다. 그로 인해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면 주식가격도 떨어진다. 바닥권에 다다른 증권시장을 당분간 유지시켜 외국인들을 유혹하라는 요구. 현재 법정최고금리인 40%보다 이자율이 더 올라가는 것을 용인하라는 얘기다. ▼소액주주 보호장치〓M&A를 통해 대주주가 되는 외국인투자자들 외에 예컨대 10%미만의 지분을 확보한 외국인들이 한국 재벌 등 대주주의 전횡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라는 요구. 외국인들이 돈만 대는 투자자가 아니라 경영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명실상부한 주주로서의 권리를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이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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