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명령」왜 요구했나]경제위기 중증…극약처방 불가피

  • 입력 1997년 12월 24일 20시 13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 진영이 「대통령 긴급명령」을 요구키로 한 것은 경제위기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증거다. 정부대책이 별다른 약효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모든 위기대책을 한꺼번에 긴급명령 형태로 내놓아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취지로 보인다. 그간 재정경제원이 수시로 외환대책을 내놓았지만 별다른 효력을 내지 못하고 시장불안만 가중해 왔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긴급명령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정부내에서도 이론이 적지 않다. 재경원 고위관계자는 『여야합의로 국회회기를 연장, 긴급명령에 담길 내용을 개별법으로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국회 입법과정을 거쳐도 되는데 굳이 비정상적인 긴급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현상황에서는 긴급명령이 오히려 시장불안을 가중하고 자칫 김영삼(金泳三)대통령식 깜짝쇼로 흐를 수도 있다는 게 재경원의 시각이다. 재경원도 대선 전에는 긴급명령 방안을 신중히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이 국제통화기금(IMF)과 약속한 각종 개혁법안들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긴급명령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던 것. 실제로 당시 정리해고 즉시시행을 포함한 구조조정 특별법을 구체적으로 검토했다고 재경원 관계자는 전했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후 여야 구분없이 IMF협약 준수를 다짐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긴급명령이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긴급명령을 내려도 어차피 국회승인을 받아야 한다. 재경원 관계자는 『긴급명령을 내릴 경우 김당선자와 김대통령, 정치권 모두 비난받을 소지가 있으며 정상적 논의를 거치지 않은데 따른 정치적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원은 긴급명령조치를 취하려면 후유증을 감안한 세밀한 시행방안이 포함돼야 하는데 지금은 큰 골격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만일 긴급명령이 시행된다면 국회회기가 끝난 내년 1월중 가능하며 △정리해고제 즉시 시행 △공정거래위원회 출자총액한도 폐지 △금융기관 지분한도 제한 완화 등 구조조정에 관련한 법률이 주가 될 전망이다. 긴급명령은 헌법 제76조 규정에 따라 발동하며 즉시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대통령은 긴급명령 발동후 지체없이 국회에 통보, 승인을 받아야 하며 국회 승인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찬성으로 이뤄진다. 정부가 긴급명령을 발동한 사례는 지난 73년 사채동결이 핵심인 8.3조치, 유신시절 11호까지 발표된 긴급조치, 그리고 93년 금융실명제가 있다. 〈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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