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법안처리 합의 의미]「DJ체제」정치권 첫 발 순조

  • 입력 1997년 12월 20일 20시 03분


국회가 22일 임시국회를 열어 금융개혁법안 등 경제관련 법안을 여야합의로 처리키로 한 것은 앞으로 새롭게 정립될 여야관계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에 비해 비록 의석수가 적지만 첫 출발은 순조롭게 한 셈이다. 물론 경제관련 법안의 여야 합의처리만으로 앞으로 여야가 모든 관계에서 협조적인 밀월(蜜月)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속단하기는 어렵다. 6.25이후 최대의 경제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정치권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일 수 없기 때문이지 이를 다른 경우에까지 일반화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가 개인적으로 4수(修)라는 시련과 역경을 거친 끝에 정권교체를 이뤄냈기 때문에 과거와는 다른 여야관계가 태동(胎動)할 수 있다는 기대도 없지 않다. 정치분석가들은 12.18 대선을 통해서 50년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진 만큼 여야관계도 기존의 대립적이고 소모적인 투쟁보다는 정책과 비전으로 대결하는 관계로 선진화할 것으로 관측한다. 무엇보다 국정을 책임질 김당선자가 새정부가 출범하면 『민주주의와 경제가 함께 발전하는 시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기 때문에 기존의 여야관계에도 큰 변화가 예고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국민신당 등 야권에서도 국제통화기금(IMF)체제 등 국난(國難)상황을 하루빨리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안에 따라 소수여당에 최대한 협조할 뜻을 밝히고 있다. 한나라당 이한동(李漢東)대표는 『집권을 해본 야당이 뭔가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겠다』면서 『협조해야 할 사안에 대해서는 흔쾌하게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신당 김충근(金忠根)대변인도 20일 당직자간담회를 마친 뒤 『우리당은 앞으로 과거 야당의 구태에서 벗어나 정책과 비전으로 대결하고 여당에 협조할 것은 협조하는 「책임있는 정당」으로 거듭나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으로 전개될 정치상황을 고려하면 기존의 여야관계가 환골탈태(換骨奪胎)해 새로운 정치구도가 정립되리라는 전망은 성급할 수도 있다. 특히 집권여당인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내각제 개헌문제와 공동정부 구성과정에서 삐걱거려 국정이 표류할 경우 야당은 여당을 향해 십자포화를 퍼부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당권다툼 등으로 한나라당이 분열, 정계재편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의원빼가기」 등의 사태가 빚어져 여야관계가 급속히 경색되는 상황도 예상할 수 있다. 또 내년 5월경에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서 야당이 불필요한 정쟁(政爭)을 야기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정치관측통들의 지적이다. 이래저래 새로운 여야관계의 정립 여부는 새정부 출범이전인 내년초부터 달아오를 정국상황에 따라 변화가 무쌍할 전망이다. 〈최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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