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위기 진화, 「신뢰」회복이 먼저다』

  • 입력 1997년 12월 11일 19시 59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집행후에도 금융위기는 심화되고 있다. 우리 기업과 금융기관 및 국가에 대한 신뢰가 총체적으로 붕괴되면서 나라경제가 마비되는 전형적인 「패닉」(금융공황)현상이다. 해외차입 자체가 불가능퓔맣×萸 외국에선 조만간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왜 그런가. 해외의 분위기와 전문가들의 진단 및 처방을 들어본다.》 ▼분위기〓미국 뉴욕의 일부 은행에서는 10일 처음으로 한국이 파산할 때를 대비한 채권확보방안 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한 대형은행 한국담당자는 『현재의 한국은 예측이 불가능한 상태로 극적인 조치가 없을 경우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현상황은 맹렬하게 타들어가는 들판의 불길 같아 「둑을 허물어 불길을 잡는」 식의 예상을 뛰어넘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지만 한국정부는 아직도 「양동이로 물을 끼얹는 듯한」 조치들만 찔끔찔끔 취하는 바람에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것. ▼원인〓외환위기가 고개를 숙일 줄 모르는 것은 국제투자가들을 설득하는데 완전히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조만간 원화환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형성하는데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①재협상론 대두〓IMF의 구제금융 지원이 결정된 후 한국이 국제금융계에 보낸 「시그널」(신호)은 전혀 엉뚱한 것이었다고 일본의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紀子) 장기신용은행종합연구소 주임연구원은 지적했다. IMF와의 합의내용을 그대로 실천해도 시원찮을 판에 대선후보들이 재협상론을 들고 나와 「한국은 믿을 수 없는 나라」로 치부되고 있다는 것. ②정책의 실기〓홍콩의 한 한국담당자는 『한국정부가 종금사를 9개,5개 등으로 조치를 취할 것이 아니라 30개중 몇개만 남기고 과감히 정리한 후 신뢰도가 회복되면 몇개를 더 살리는 방법을 택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점진적인 영업정지조치를 취하다보니 자연히 「상황이 나빠지면 또 몇개가 영업정지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예금인출사태가 발생한다는 설명. ▼대책〓①IMF와의 약속존중〓IMF의 요구사항은 부실한 금융기관, 재벌의 부실재무구조, 불투명한 통상정책 등 한국의 경제구조 개혁과 관련해 시장원리에 충실하고 투명하게 하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일본 경제평론가 오쿠자키 요시히사(奧崎喜久)는 『한국의 대선후보는 IMF와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②금융정책〓후카가와연구원은 한국정부가 금융위기의 단초가 된 종금사중 보호할 회사와 파산시킬 회사를 분명히 구분, 공표해야 한다고 권했다. 종금사가 망하는 것과 국가가 망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 ③특별대책반(태스크포스) 구성〓홍콩의 금융관계자들은 한국정부가 취한 각종 조치가 예상과는 다른 효과를 내는 것은 정책입안자들이 실물경제의 흐름을 모른 채 탁상공론 같은 대책만 내놓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도쿄와 홍콩의 일부 금융전문가들은 극약처방의 하나로 종금사들의 대외채무에 대한 정부보증을 취소해 이들 회사의 대외채무를 동결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종금사의 대외결제만 동결해도 달러수요는 상당히 완화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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