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금융산업]「인수합병 태풍」몰아칠듯

  • 입력 1997년 12월 3일 19시 48분


정부가 은행 증권 보험감독원과 신용관리기금 등을 통합한 감독기관을 연내에 설립해 부실 금융기관 처리를 하겠다고 IMF에 약속함으로써 당장 「대개편의 태풍」이 은행권을 향해 질주하는 중이다. 조만간 국내 은행끼리의 짝짓기(인수합병)가 구체적으로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은행간 짝짓기는 76년 당시 서울은행과 신탁은행의 대등한 합병으로 현재의 서울은행이 된 것이 사실상 유일한 예. 서울은행은 양 은행의 합병이후 20년이 넘도록 과거 소속은행 출신들끼리의 편가르기가 심했다. 이 때문에 국내 은행들은 금융대개편이 화제가 될 때마다 『우리나라 정서상 은행합병은 난제중의 난제』라고 말해왔다. 요즘 합병대상으로 거론되는 은행들은 『다른 은행을 흡수합병하면 몰라도 우리는 합병대상이 아니다』고 손을 내젓거나 『우리는 자력으로 충분히 일어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어떤 은행이 합병대상에 들었다는 루머에 고객들이 돈을 찾아가려고 줄을 서는 게 우리 현실이므로 은행으로선 말조심을 할 필요도 있었던 것. 그러나 IMF 구제금융 합의조건에 따라 금융개혁과 금융산업의 개편이 본격화하면 경영이 부실한 은행들은 외국금융기관을 포함한 다른 은행과 합병을 해 살길을 찾거나 최악의 경우 금융기관 간판을 내려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된다. IMF는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8%)에 미달하는 은행은 문을 닫도록 할 방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이 비율이 낮아질수록 해외차입금리는 오르고 8% 미만이면 외국에서는 은행취급을 못받기 때문. 지난 6월말현재 국내 시중 및 지방은행의 평균 자기자본비율은 9.42%. 그러나 하반기에 밀어닥친 기아그룹 등 대기업들의 부도로 이 비율이 일제히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은행들은 연말결산을 앞두고 이 비율을 높이거나 8% 이상으로 유지하려고 초비상이다. 인수합병이 되면 국내은행끼리는 중복지점을 폐쇄하고 본점을 합치는 것은 물론 인원도 대폭 줄여야 한다.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은행을 인수합병해도 가혹할 정도의 구조조정이 요구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은행원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 분명하다. 은행원들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윤희상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