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지원신청 막전막후]IMF총재 주초 극비 來韓

  • 입력 1997년 11월 21일 19시 48분


“동행”
지난 19일 임창열(林昌烈)부총리의 취임 기자회견. 『현재로서는 국제통화기금(IMF)자금지원이 필요치 않다. 한국은 그러나 재정과 국제수지가 균형을 이루고 있고 물가도 안정돼 있으며 금융개혁을 위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어 IMF(자금지원의)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출입기자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국경제는 요건을 충족, 언제든 마지막 카드인 IMF에 기댈 준비를 마쳤다는 해석이 가능했기 때문. 그때까지만 해도 IMF보다는 중앙은행간 약정에 의한 외화차입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면서 일본 미국측의 의사를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임부총리 발언의 진의는 다음날인 20일 상황이 긴박하게 전개되면서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날에는 스탠리 피셔 IMF부총재와 미국 재무부 차관보 등이 줄줄이 입국,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반영했다. 피셔부총재는 이날 저녁7시 정부제1청사 집무실에서 임부총리와 면담했고 이에 앞서 박영철(朴英哲)금융연구원장도 만났다. 재정경제원은 『한국경제의 현황에 대해 개괄적인 의견을 교환했다』는 짤막한 자료만 돌렸다. 그러나 이날 밤늦게 관계부처에서 새로운 얘기가 흘러나왔다. 미셸 캉드쉬 IMF총재가 이미 주초에 극비리에 입국, 강경식(姜慶植)당시 부총리와 면담했다는 소식이었다. 재경원이 IMF 총재와 부총재를 비밀리에 연쇄 접촉했다는 것은 자금지원에는기본적으로 합의하고 지원규모와 부대조건만 남은 상태임을 보여주는 것. IMF에 손을 벌린 태국 인도네시아 등 외국은 IMF로부터 경제성장률 하향, 금융산업 구조조정 등 내정간섭에 가까운 정책주문을 받고 있다. 정부는 이 점을 고려, IMF의 정책 개입은 최소화한 상태에서 외화유동성을 공급받기 위해 IMF측과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임부총리는 이와 관련, 21일 『우리정부가 (IMF에 대해) 협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자금지원 요청이라고 단정하지 말아달라』며 언론에 협조를 요청했다. 재경원은 과천 정부제2청사에서 윤증현(尹增鉉)세제실장 주재로 21일 새벽까지 대책회의를 가진 뒤 『외환위기 타개를 위해 IMF자금지원을 신중히 검토중』이라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한국경제의 기초는 건실하다」며 뒤늦은 대책만 내놓던 재경원이 벼랑끝에서 방향을 선회하는 순간이었다. 〈백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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