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 성공기업/삼호물산]종업원 절반감원 『조직슬림화』

  • 입력 1997년 11월 9일 19시 55분


법정관리중인 삼호물산은 1일부터 30억원을 들여 TV광고를 내고 있다. 자사 수산식품들의 통합브랜드(BI)인 「행복이 가득한 집」의 상품광고. 5백만원이상 경비를 지출할 때마다 법원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법정관리업체로서는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삼호물산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92년 이후 지난해 처음 29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올해도 2년 연속 흑자를 자신한다. 부도당시 1천4백71억원이었던 부채는 지난 3월까지 5백74억원을 갚았고 다음달 3백23억원을 변제하면 전체 채무의 60%를 털어낸다. 59년 설립된 삼호물산은 원양어업 및 수산식품 전문업체로 성장하다 92년3월 쓰러졌다. 산정호수호텔 운영, 한국에스비식품 인수, 서울 양재동사옥 신축 등 무리한 사업확장에 원양어장 상실과 어묵 및 맛살 재료의 가격폭등이 겹쳤다. 법정관리후 1천9백명에 달하던 종업원 가운데 1천여명을 정리했다. 선박 16척을 매각하고 외식체인사업에서 철수하는 등 강도높은 조직 슬림화를 추진해왔다. 최찬태(崔燦泰)기획과장이 들려주는 감동적인 사연. 『법정관리후 노조에서는 임금동결을 결의했다. 그러나 경영층은 직원들의 사기가 꺾이면 회사가 살아나기 어렵다며 임원들만 임금동결과 상여금일부 반납을 결정했다. 이에 직원들은 야근을 자청하고 추석 등 명절때 생산하는 삼호선물세트를 자발적으로 구입, 매출액이 2억원에서 10억원으로 5배나 껑충 뛰기도 했다. 노사분규는 물론 전혀 없었다』 국내외사업도 호조를 보였다. 1백30억원을 투자, 부도의 원인이 되기도 했던 미국 합작회사가 95년부터 명태를 잡아 만드는 맛살 재료의 생산을 본격화하면서 내수 및 수출이 크게 늘었다. 내수부문도 맛살과 어묵을 중심으로 수산식품 판매량이 매년 10%씩 증가했다. 인원을 정리하고 사업을 줄였는데도 부도당시 연간 1천1백억원의 매출에 2백4억원의 적자를 보인 회사가 작년엔 1천8백억원 매출에 순익 29억원으로 탄탄해졌다. 작년 11월 김민원(金敏元·53)전 ㈜SKC부사장이 공동법정관리인(대표)으로 온 이후에는 정상화에 가속도가 붙었다. 그는 부임 2주만에 양재동사옥을 매각키로 전격 결정했다. 김사장은 『법정관리가 풀리면 반드시 서울 명당자리에 새사옥을 다시 짓겠다』며 직원들을 설득했다. 이달부터는 삼호어묵 에스비카레 옹가네된장 등 서로 다른 브랜드를 통합, 「행복이 가득한 집」으로 내수공략에 나섰다. 그는 『법정관리종결일이 2002년이지만 내년에 내수판매확충 양재동사옥매각 등을 통해 전체 채무의 70∼80%를 갚으면 2년안에 홀로 설 수 있다』고 자신했다. 〈오윤섭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