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서투른 개혁메스에 병도져』

  • 입력 1997년 10월 27일 19시 40분


27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은 강경식(姜慶植)경제팀의 문책을 요구하는 등 현 정부의 경제실정을 강도높게 질타했다. 특히 의원들은 정부의 금융위기 대처방안과 기아문제 해결방식을 비판하면서 비자금문제로 촉발된 정경유착의 근절방안을 놓고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다. ▼경제파탄 책임〓일부 여당의원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개혁실패」를 혹독하게 꼬집어 국정감사에서처럼 여야가 뒤바뀌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신한국당 이상배(李相培)의원은 『경제위기는 경제팀의 잘못된 상황인식과 무원칙하고 일관성 없는 정책, 적기를 놓친 대응에 그 원인이 있다』고 질타했다. 특히 김용갑(金容甲)의원은 『김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한국병을 치유하겠다며 개혁을 화두로 꺼냈으나 의사의 서투른 메스가 상처부위만 설건드려 한국병은 오히려 골수까지 깊어졌다』며 현정부의 개혁정책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국민회의 김명규(金明圭)의원은 『경제의 어느 한 부분도 성한 데가 없다』며 당정의 공동책임을 주장했고 국민회의 김태식(金台植)의원은 『강경식부총리의 「시장경제」는 어떤 때는 시장경제원리로, 어떤 때는 반(反)시장경제원리로 처방하고 있다』며 이중잣대론을 폈다. 이어 국민회의 김원길(金元吉)의원과 자민련 지대섭(池大燮)의원은 『내각은 경제정책 실패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강부총리의 퇴진을 우회적으로 주장했다. 야당의원들은 또 신한국당의 비자금폭로가 금융불안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을 잊지 않았다. ▼기아사태 금융위기 해법〓여야 의원들은 기아사태 등 대기업부도와 금융위기를 「동전의 양면」으로 규정하며 나름대로의 해법을 제시했다. 특히 국민회의 김원길의원은 『대기업의 연이은 부도와 기아사태의 장기표류가 단기간내에 금융기관의 부실을 심화시켜 불과 6개월만에 은행의 부실여신 잔액이 2배 넘게 급증했다』면서 M&A(인수합병)활성화를 일차 대책으로 제시했다. 즉 기업이 부도위기를 맞기 전에 제삼자가 인수합병을 하도록 해 기업부도가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한국당 이재창(李在昌)의원 역시 대기업부도를 막기 위해 기업정보 수집과 분석체계를 갖추고 적절한 행정지도를 할 수 있는 「범 정부적 전담기구」를 설치운영하자고 주장했다. 이날 금융실명제 폐지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있는 자민련 외에도 신한국당 의원들이 『금융의 흐름만 차단해 국민경제의 숨통만 죄어놓았다』(김용갑의원)며 보완이 아닌 획기적인 전환을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고건(高建)총리는 답변에서 기아사태와 관련, 산업은행 법적정리절차나 경영정상화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할 때 현 정부 임기내에서는 해결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견해를 밝혔다. ▼정경유착 근절〓신한국당 의원들은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을 「3김 부패구조」 「김대중(金大中)비자금」 공격의 기회로 삼아 일제히 정경유착문제를 들고 나왔다. 신한국당 김용갑의원은 60년대의 국민욕구가 조국근대화, 70년대가 유신철폐, 80년대가 대통령직선제였다면 90년대말의 국민욕구는 막대한 정치자금줄을 단칼에 끊으라는 것이라며 대선자금은 정경유착 근절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창의원은 『최근 우리 경제가 휘청거리게 된 원인 중의 하나는 소위 4류 정치풍토』라고 지적한 뒤 『3김정치에 얽매인 낡은 정치구도와 정경유착의 폐단을 청산하지 않는 한 경제의 「정치외풍」은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회의 김태식의원은 정경유착의 근절에 동의하면서도 『(정치자금의 관행은) 자의든 타의든, 싫든 좋든 우리 모두 그 역사의 일부로서 존재해왔던 불행했던 관행』이라며 조선시대 병자호란 당시 「회절(回節)의 강(江)건너기」를 언급했다. 당시 몸을 유린당한 부녀자들이 죽음으로써 수치심을 씻으려 했을 때 「회절의 강」을 건너도록 함으로써 새삶을 살도록 했던 선조들의 지혜를 되새겨 보자는 주장이었다. <김창혁·이원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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