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조융자협약」 출발부터 『삐끗』…초안도 못만들어

  • 입력 1997년 10월 25일 21시 30분


기업 부도사태를 막기 위한 긴급처방인 「협조융자협약」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상업 조흥 한일 외환은행 등 협약 초안을 작성해야할 4개 은행 실무진은 25일 『2,3금융권의 협조가 전제되지 않은데다 부실기업에 대한 은행들의 생각이 제각각이어서 초안작성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26일까지 협약 초안을 마련하려던 계획도 지지부진해 다음주말로 연기됐다. ▼협약의 골격〓실무진이 합의한 부분은 협약 대상기업을 「일시적 자금경색으로 부도위기가 우려되는 흑자기업」으로 한다는 것과 경제위기 상황이 개선되는대로 폐지하는 「한시 운용」이 바람직하다는 정도. 부도유예협약 기준(은행빚 2천5백억원 이상인 기업)을 그대로 적용할지 아니면 △회생 가능성이 높고 △사주의 자구의지가 높으며 △담보를 제공할 수 있는 업체도 포함할지 고민중이다. 또 주식포기각서 제출을 의무화, 기업의 자구노력을 유도하고 주거래은행이 협조융자 대상기업 선정을 남발하지 못하도록 협조융자 금액의 주거래은행 분담비율을 20∼30%로 높이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협약 성공의 전제조건〓종금사 등 2,3금융권이 협조융자 대상기업에 대한 어음회수를 일정기간 자제해야 한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임금이나 납품대금으로 쓰라고 준 자금이 2,3금융권의 빚을 갚는데 전용될 것으로 시중은행은 우려하고 있다.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도 문제. 기존 회사채의 차환발행이 안되면 은행권으로부터 협조융자를 받더라도 일시적인 자금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 ▼금융권도 회의적〓한 시중은행 임원은 『지금도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에 주거래은행이 중심이 돼 협조융자를 해주고 있는데 또 무슨 협약이냐』며 『실패한 부도유예협약의 재판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다른 시중은행 임원도 『공개적으로 협조융자가 실행되면 아마 그 기업은 2,3금융권의 자금회수 독촉으로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D종금사 사장은 『은행이 기업어음(CP)을 적극 매입하지 않는 한 어음회수 자제약속은 지켜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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