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업정책이 없다…中企 연쇄도산 『나몰라라』

  • 입력 1997년 10월 6일 20시 24분


정부에 산업정책이 없다. 기업은 자꾸 넘어지고 있는데 무원칙한 정부개입으로 부실기업 처리의 틀조차 마련되지 않고 있다. 1년전부터 산업구조조정을 위해 제도를 바꾸겠다고 장담하고 있지만 지금 시행되고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재계에서는 『이러다간 기업이 다 쓰러진 뒤에야 경제회생을 위한 산업정책이 나올 판』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지부진한 구조조정 정책〓정부는 기업의 부동산매각이나 기업분할 기업인수합병(M&A)을 촉진하기 위해 작년말부터 조세감면 및 출자총액제한 완화, 의무공개매수 조건완화 등을 추진해왔으나 부처간 입장이 엇갈려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특히 M&A정책이 특정 기업을 돕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자 아예 손을 놓고 있다. ▼해법 못찾는 부실기업 처리〓작년 이후 8개 그룹에 부도 또는 부도유예협약이 적용됐지만 제대로 처리된 것이 아직 없다. 정부가 무원칙하게 이 기업 저 기업에 대해 헷갈리는 행정지도를 하는데다 책임질 일은 채권단에만 떠넘기는 바람에 처리가 지지부진한 것. 한보철강의 경우 포철과 동국제강이 나섰으나 채권단과의 가격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우성건설 건영 한신공영 등도 인수자가 나서지 않아 제삼자인수 추진에 진전이 전혀 없는 상태. 반면 기아에 대해서는 정부가 말로는 「채권단과 기아에 맡긴다」면서도 사실은 적극 개입, 화의를 고수하는 기아그룹과 줄다리기를 하느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원칙 없는 시장경제정책〓정부는 시장경제원칙을 내세우면서도 현대그룹의 제철사업진출에 대해서는 『작년말 공업발전심의회의 불허결정과 달라진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통상산업부는 『우리에겐 아무 권한이 없다』며 판단 여부는 차기정권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는 입장. ▼중소기업 연쇄도산에 속수무책〓올들어 8월말까지 9천8백32개 업체가 도산, 작년 1∼9월의 8천1백41개 업체보다 1천6백91개나 많은 기업이 넘어졌다. 특히 이들 중소기업은 자체 자금난보다는 대기업 도산으로 인한 연쇄부도가 많은데 하청업체들을 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전혀 작동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영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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