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157 방역대책]전문가『현지 검역제도 도입해야』

  • 입력 1997년 10월 4일 20시 15분


최근 미국산 쇠고기에서 O―157, O―26, 리스테리아 등 병원성세균이 잇따라 검출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발표 과정에서의 실수, 부처간 책임공방 등으로 「세균공포증」이 실제보다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이제 우리의 검역 및 방역체계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철저한 검역〓외래세균의 국내침투를 막아야 하는 우리 검역체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인력 부족. 국립동물검역소 김영무(金英武)검역기획과장은 『현재 검역소의 인력은 전문인력 1백55명을 포함, 모두 2백37명에 불과하다』며 『정상적 업무를 위해 1백20명을 더 증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관과정에서 전량을 검사하기 어려우므로 현지 검역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 호주에만 1명의 농무관이 파견돼 정보수집을 맡고 있으나 미국은 대부분의 교역상대국에 조사관을 파견, 종자선택 농약뿌리기 자체검사단계를 일일이 감시한다. 동물검역소 최종림(崔琮林)국제협력계장은 『수출업체와 계약하기에 따라 통관시간을 줄여주는 대신 사전검역을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체계적 방역〓인력과 예산을 확충해 정기검사 대상항목을 늘리고 일상적인 연구 조사 업무를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현재 보건복지부 산하인 식품의약품안전본부를 청(廳)으로 승격, 예산과 운영을 독립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김종대(金鍾大)안전본부장은 『업무분장 문제와는 별도로 안전본부의 확대개편은 방역업무를 일관성있게 추진하는 데 필수조건이다』고 말했다. ▼통상보다 보건이 우선〓동물검역소는 올들어 8월말까지 수입식육에 대해 리스테리아균 검사를 하지 않다가 지난달 3일 냉동만두의 원료로 쓰인 수입돈육에서 이 세균이 검출되자 검사를 재개했다. 검역소측은 『통상마찰의 우려가 있어 지난해까지 실시하던 리스테리아균 검사를 제외했다』고 해명했다. 안전본부도 리스테리아에 대해 정기검사를 하지 않다가 이번에 수입쇠고기와 국산 피자에서 균이 검출되자 부랴부랴 대상항목에 포함시켰다. 이는 검역 및 방역의 목적이 국민보건과 예방에 있지 통상외교나 사후수습이 아니라는 것을 망각한 사례라는 지적을 받고있다. 또 서울대 신광순(申光淳)교수는 『자연계에 퍼져 있는 균의 검출사실 자체를 섣불리 발표해 국민을 불안하게 했다』며 『「전체 얼마의 쇠고기에서 채취한 시료 몇 점에서 균이 어느정도 나왔다」는 식으로 발표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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