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운명」해법 갈등]국민경제 뒷전…극한대립만 계속

  • 입력 1997년 9월 25일 19시 57분


기아그룹과 정부가 초강수로 맞서 국민경제가 벼랑끝까지 몰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아그룹은 김선홍(金善弘)회장 중심으로 갈 데까지 가본다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고 정부는 모든 책임은 기아에 있다는 책임회피성 주장만을 고집하고 있다. 정부는 기아사태 처리와 관련해 시장경제 원리 또는 금융자율화를 내세우며 『정부가 개입할 일이 아니다』라고 기회있을 때마다 밝혀왔다. 그러나 25일 아침에만 해도 강경식(姜慶植)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을 비롯해 정부 금융단의 6인이 회동, 기아처리 방향을 사전조율 했다. 강부총리는 홍콩 출장중 기아의 화의신청 소식을 전해듣고 화를 내며 기아측을 비난, 정부가 기아사태에 깊숙이 개입해왔음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반면에 정부가 적극 나서서 금융시장 혼란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시장경제 원칙에 따라야 한다」「한국경제는 위기상황이 아니다」라며 개입을 피하고 있다.결국 정부는 기아처리에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처리과정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말해 놓고 직간접으로 처리해나가면서 시장충격은 방치하는 셈이 돼버렸다. 강부총리는 24일엔 『기아그룹이 부도처리되면 국민경제에 피해를 주겠지만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기아가 져야한다』고 말해 「기아처리에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한다」는 재계의 비난을 샀다. 『국민경제를 위해 기아자동차만은 살려야 한다』던 그의 말은 어느새 『(기아차가) 살아나면 좋다고 했지 언제 살려야 한다고 했느냐』로 바뀌었다. 정부가 이런 태도를 밝히자 「국민경제차원에서 기아그룹의 화의신청을 적극 검토중」이라던 채권은행단도 법정관리쪽으로 기울고 있다.강부총리가 그토록 강조한 「금융자율화」는 정부입김에 휩싸여 있는 실정이다. 기아그룹은 화의신청이후 채권단을 상대로 김회장중심체제가 기아회생 방안임을 설득하고 있다. 부실경영으로 온나라 경제를 뒤흔들어 놓고도 경영권에 집착,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김회장체제 유지를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치르겠다는 식이어서 기업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식조차도 의심되는 사태를 맞았다. 〈임규진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