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선발대 지구촌 테마여행②]통일과정의 기업역할

  • 입력 1997년 8월 6일 07시 23분


『초등학교 때부터 못이 박이게 들어온 통일이라는 말이 이제야 와 닿는 느낌입니다』 한국외국어대 루마니아어과 林亨俊(임형준·25·팀장) 金珉容(김민용·25) 郭龍(곽룡·26) 林卿才(임경재·24)씨는 「통일과정에서의 문화적 충격 완화를 위한 기업의 역할」이라는 묵직한 화두를 멘 채 지난달 14일부터 28일까지 보름동안 동유럽을 누볐다. 『젊은 사람들은 같이 배우고 같이 놀면서 공감대를 찾아야 하는데 한국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우선 북한사람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그들을 이해해야하고, 이해할 수 있는 세대는 20,30대다』 『장년층은 일단 통일이 되면 세금을 더 내야하고 일자리를 잃는다고 불평만 한다』 이미 통일을 이룬 독일에서 만난 근로자에게서 들은 이야기들이다. 보름동안 베를린 프라하 부쿠레슈티 등 3개국의 크고 작은 6개 도시를 돌면서 그들이 문을 두드렸던 기업은 독일의 지멘스, 체코의 스코다, 루마니아의 다차 등 현지 유수의 대기업들. 「통일 또는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의 체제변화 과정에서 기업들이 어떤 기여를 했나요」. 이 질문에 대해 기업인들은 만족스러운 대답을 주지 못했다. 통일 및 체제전환과정에서 기업이 움직인 것은 이윤때문이었지 사회적인 기여나 봉사가 아니었기 때문. 그러나 기업들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정치나 행정보다 한발 앞서 구 공산권 지역에 진출해 주민들에게 자본주의적 합리성을 가르친 것은 사회적 문화적 통합을 보다 앞당기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과 충돌을 완충시킨 긍정적 역할이라고 이들은 평가했다. 『북한이 개방됐을 때 적어도 다국적기업이 선점하도록 방치해서는 안됩니다. 북한사람들을 고용함으로써 남한사람과의 경제력 격차를 완화하고 특히 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자본주의시스템을 가르쳐야 합니다』(곽룡) 구동독 주민들이 지멘스보다는 폴크스바겐이나 오펠사에 더 호감을 갖고 있는 이유도 학생들이 작성할 탐방보고서에서는 중요한 대목이다. 구동독사람들이 지멘스를 싫어하는 이유는 지멘스가 자신들을 고용하는 것은 꺼리면서도 이윤은 철저히 챙겨갔기 때문이라는 것. 탐방이 끝나갈 무렵 이들에게는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 『통일이나 체제전환을 이룬 국가들에서 얻는 교훈도 중요하지만 역시 중요한 것은 북한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임경재) 동유럽을 훑다가 다시 한반도로 돌아온 그들의 시선은 어느덧 훨씬 날카롭고 현실적인 무게를 갖게 된 느낌이다. 〈이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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