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특수강 공동경영]「反삼성」정서 공감 돌파구 마련

  • 입력 1997년 8월 1일 07시 50분


현대자동차와 대우자동차가 31일 기아그룹과 손잡고 기아특수강을 공동경영하기로 합의한 것은 삼성이라는 「거대한 공동의 적」에 맞서 기아를 지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현대와 대우는 삼성이 기아를 인수할 경우 순식간에 자신들을 위협하는 경쟁자로 급성장할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이는 커질대로 커진 기아 내부의 반(反)삼성 정서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날 기아가 자신의 운명을 거머쥔 채권은행단에 맞서 아시아자동차 매각과 경영권포기각서 제출 반대의사를 분명히 한 것도 이같은 우군(友軍)을 배후에 두고 나온 계산된 행동으로 풀이된다. 기아는 이에 앞서 30일 채권은행단이 △金善弘(김선홍)회장 등 경영진 퇴진 △아시아자동차 분리매각 등까지 요구하며 자구계획서를 거부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기아는 그룹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김회장이 물러날 경우 채권은행단이 기아를 곧바로 삼성에 넘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껴왔다. 이에 따라 벼랑끝에 몰린 김회장이 鄭世永(정세영)현대자동차 명예회장과 金宇中(김우중)대우그룹 회장에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 기아측은 내부적으로는 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종업원 신임투표를 준비하는 한편 밖으로는 우군 끌어들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기아가 현대 대우 뿐만 아니라 LG와의 전략적 제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또 「발등의 뜨거운 불」인 부도처리에 관해 기아는 「채권은행단이 곧장 부도처리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기아 부도로 전남 광주지역 경제가 치명타를 입게 되는 것을 당국이나 은행들이 부담스러워할 것이란 예상과 「기아에 왜 자구기회를 주지 않느냐」는 국민여론이 나올 것이란 게 근거다. 기아는 결국 채권단이 기업회생의 기본요건으로 요구하는 경영 자구노력보다는 바깥의 우군과 내부의 신임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대와 대우가 끝까지 기아의 우군역할에 만족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같다. 현대는 「삼성견제」 「기아돕기」 목적 이외에도 그룹의 후계구도 정리와 세계적인 자동차메이커로의 도약을 위해 기아자동차 인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주식지분상 오너인 鄭周永(정주영)현대그룹 명예회장 직계와 정신적 사주인 정세영 현대자동차 명예회장 직계 간의 지분 정리를 위해 기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 또 현대는 기아를 인수할 경우 세계 10위권 안에 진입할수 있게 된다. 생산능력으로는 6위를 넘볼 수 있다. 대우도 아시아자동차를 인수하면 취약한 상용차와 승합차부문을 대폭 강화해 명실상부한 종합메이커로 발돋움할 수 있다. 특히 아시아자동차가 있는 광주일대의 우수한 부품업체들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되며 더 나아가 부평∼군산∼광주로 이어지는 서해안 전역에 대우그룹의 깃발을 꽂음으로써 그룹의 서해안 개발계획을 완성할 수 있다. 삼성 입장에서는 공식적인 인수의사를 밝히기도 전에 기아에 대한 우선권을 현대와 대우에 빼앗긴 셈이다. 삼성은 기아인수를 은밀히 추진하면서 포드측의 기아지분을 넘겨받기 위해 李健熙(이건희)그룹회장이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포드의 트로트만 회장 및 듀크부회장과 연쇄 접촉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근 정부가 부실기업의 인수합병(M&A) 조건을 완화하는 등 기아처리문제를 앞에 놓고 드러내고 있는 정책변화도 현대 대우 기아의 동업자 관계를 촉진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들 3사는 정부의 이같은 정책변화를 두고 제삼자인수 방식으로 기아를 삼성측에 넘겨주려는 여건조성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영이·이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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