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실패 파장]기업-은행-국가 『추락 도미노』

  • 입력 1997년 7월 25일 20시 22분


『한보철강에 투자한 5조원은 앞으로 땅값만 오르면 20조원으로 불어날텐데 웬 걱정들이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鄭泰守(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이 올초 은행에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하면서 던진 말이다. 차입경영과 방만한 투자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시각이다. 대기업의 경영실패는 국민경제를 수렁으로 몰아가고 있으나 응당 1차적인 책임을 져야할 오너들은 이처럼 딴소리다. 「능력에 부치는 사업은 없으며 돈은 은행에서 빌리면 그만」이라는 기업주들의 시각은 과소비와 근로의욕의 저하를 불러왔다는 지적. 한 시중은행 임원은 『오너들이 덩치키우기에 정신이 팔려 기업의 부실화를 자초한 뒤 정부지원과 국민의 온정에만 기대고 있다』고 꼬집었다. 기업 경영실패는 실업자를 양산한다. 하청업체의 연쇄도산으로 수많은 근로자들이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게될 경우 사회보장시스템 등 대량실업을 흡수할만한 「쿠션장치」가 없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번질 게 뻔하다. 금융기관의 부실화도 불가피하다. 한보 삼미 한신공영 진로 대농 기아그룹의 잇따른 좌초로 이들에게 자금을 대준 은행 종합금융 파이낸스 등 전 금융기관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올들어 금융기관이 물린 총 여신규모는 20조6천5백억원. 금융산업이 흔들리면 국가경제가 위태롭게 된다는 것은 멕시코사태를 통해서도 잘 보았다. 『대기업의 연쇄부도는 금융기관의 부실화를 촉발해 대외신뢰도 하락, 해외자본 조달코스트 상승, 경기 대응력 약화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다』(한국은행 金元泰·김원태 이사) 〈이강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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