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경영기업, 자금조달 『빨간 불』

  • 입력 1997년 5월 2일 20시 07분


『2세가 사장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은 여신심사를 할 때 자산상태 재무제표 등 경영내용을 더 꼼꼼히 챙깁니다』(B은행 여신담당임원) 최근 한보 삼미 진로 등 재벌2세가 오너로 있는 그룹들이 부도가 나거나 심한 자금난에 빠지는 사례가 잇따르자 은행 종합금융사 등 금융기관들이 2세기업에 대한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등 경계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A종금사는 최근 중견기업 K사에 내준 여신 2백억원을 회수하고 거래관계를 끊었다. 이 종금사의 여신관계자는 『2세가 경영을 승계한 뒤 재고가 늘어나는 등 경영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파악돼 조기에 여신을 회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2세경영 기업에 대해서는 여신을 가급적 자제하는 분위기』라면서 『2세들의 사생활을 체크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귀띔했다. C은행은 2세오너기업을 포함, 자금이 어렵다고 소문이 난 요주의업체에 대해서는 심사부에 여신한도를 재심하도록 수시로 지시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세오너의 공통점으로 △해외유학파로 자기과시욕이 강하고 △자금조달 및 관리에 미숙하며 △기존 경영진과 마찰이 심한 점을 꼽았다. 그는 2세들은 「가능한 한 잔뜩 벌려놓기」를 좋아해 사업타당성 조사는 뒷전으로 제쳐두고 신규사업에 뛰어들어 낭패를 본다고 지적했다. 한 중견 전자업체의 자금담당 이사는 『2세회장이 회사 자금사정은 고려하지않고 무조건 부동산을 매입하라는 지시를 일삼아 자금담당자들의 고민이 여간 크지 않다』면서 『2세들의 「자금마인드」는 「돈이 없으면 은행에서 빌리면 되지않느냐」는 식』이라고 털어놨다. 심지어 2세오너체제인 일부 대기업들은 대형 프로젝트 기획단계에서는 자금당담 임원을 배제했다가 나중에 투자계획을 실행에 옮길때 자금조달 임무를 맡기는 정도라는 것. 조흥은행 魏聖復(위성복)상무는 『은행에서 돈 빌려 땅 사고 사업확장하는 차입경영시대는 지나갔다. 2세들이 재무구조를 건실화하는 쪽으로 경영에 힘쓰지 않는 한 언제 무너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강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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