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眞露 경영권 집착 말아야

  • 입력 1997년 4월 22일 20시 07분


경영난에 처한 진로(眞露)그룹 회생 문제를 놓고 진로와 채권은행단간의 줄다리기가 긴박하다. 추가 자금지원을 조건으로 은행단은 주식포기각서 등 경영권 포기를 요구하고 있으나 진로측이 반발하고 있어 회생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우성 한보 삼미에 이어 재계 랭킹 19위인 진로가 도산하면 국내외적으로 미칠 파장은 상상하기 어려울만큼 클 것이다. 경영부실의 1차 책임이 있는 진로 경영진이 경영권에 지나치게 집착함으로써 그룹을 도산으로 끌고 가서는 안된다. 금융단이 「부실징후기업의 정상화촉진과 부실채권의 효율적 정리를 위한 협약」까지 체결해 대기업살리기에 나선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협약 자체가 제2금융권의 강한 반대에 부닥쳐 있고 경제논리나 금융관행상 논란이 많음에도 그 취지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현재의 경제상황이 너무 절박하기 때문이다. 극심한 불황에다 한보 삼미 부도후 중소기업 연쇄부도와 국내은행 해외신용도의 급락까지 겹쳐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그런데도 진로측이 경영권에 연연한다면 사태수습이 어려워진다. 진로는 주류 유통 건설 등 여러 업종으로 무모하게 기업확장을 하면서 지나치게 외부차입에 의존, 자기자본비율이 30대 그룹중 최하위권이다. 은행돈을 빌려 기업을 늘려온 방만경영이 부실을 자초했다. 국내의 많은 그룹들이 진로와 크게 다를 바 없지만 부도상황에 이른 이상 경영진은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 진로측은 1조2천억원에 이르는 자산을 매각해 대출금을 갚겠다는 자구(自救)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자구노력에 머물게 아니라 경영권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회사부터 살리겠다는 결의가 앞서야 한다. 그것이 경영진의 의무다. 그러지 않는다면 금융기관들이 회생이 불투명한 기업에 추가로 수천억원을 지원할 턱이 없다. 진로그룹이 부실에 이르기까지의 금융관행에도 문제는 있다. 과거와 달리 정부가 민간기업 경영에 개입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무분별한 기업확장이나 과도한 부채의존 경영은 주거래은행이 사전에 막았어야 한다. 그럼에도 잘 나갈 때는 대출을 거리낌없이 해주다 어려우면 「부도냐, 경영권포기냐」 식의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금융풍토도 개선해야 한다. 갠 날 빌려준 우산을 비오는 날 회수하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지난주 서둘러 체결된 부도방지협약 운용에도 보완할 대목이 많다. 어떤 형태로든 제2금융권이 자발적으로 협약에 참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루머만 돌아도 자금부터 회수하고 보는 제2금융권도 문제지만 무조건 협약에 들어오라는 방식은 옳지 않다. 특혜성 지원이 주어질 부실징후기업의 선정 및 지원규모, 지원방식 등 절차가 투명하도록 공정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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