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실업률 3%돌파]30∼40대 「실업大亂」우려

  • 입력 1997년 3월 30일 20시 03분


대량실업 사태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상황이 됐다. 경제정책 당국자들은 『2월은 대학생 졸업기여서 실업률이 다소 오를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3%를 넘길 줄은 몰랐다』며 당혹스러워했다. 2월중 실업률 3.2%는 선진국인 일본의 3.4%(96년)와 비슷한 수준이며 대만의 3.1%(96년10월)보다 높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실업통계가 축소지향적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실업상황은 더 심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실업률이 이처럼 높아지는 것은 우선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신규채용 축소와 기존인력 감원을 병행하고 있는 반면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은 계속 늘고 있기 때문. 실제로 지난 2월중 경제활동인구(만15세 이상으로 취업능력과 의사가 있는 인구)는 1년전보다 60만8천명(3.0%)이 증가했으나 취업자수는 42만4천명(2.1%)이 늘어나는데 그쳤다. ▼ 실업특징 ▼ 작년의 실업이 명예퇴직으로 특징지어졌다면 올들어서는 기업들의 신규채용 억제로 20대 고학력 실업이 늘고 집안일에만 전념했던 여성들이 일자리를 찾아나서면서 여성 실업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월중 중졸 실업률은 1.8%로 전년 동기에 비해 0.5%포인트 높아진데 그친 반면 고졸 실업률은 4.0%로 무려 1.2%포인트, 대졸실업률은 3.7%로 0.6%포인트 상승했다. 여성 실업률은 20대가 4.4%에서 5.9%, 30대가 0.8%에서 1.9%로 높아졌다. 또 명예퇴직 등에 따라 직업을 잃은 남편을 대신해 전업주부들이 대거 구직전선에 나섬에 따라 40∼54세 연령층의 여성실업률도 작년동기 0.6%에서 1.6%로 늘어났다. ▼ 취업구조 변화 ▼ 취업자들중 근무기간 1년이상인 상용근로자는 96년 7백37만7천명으로 95년보다 0.1%, 일용근로자는 1백79만7천명으로 0.2% 감소한 반면 임금이 상대적으로 적은 1개월이상 1년미만의 임시근로자는 3백86만9천명으로 9.0% 늘었다. 또 업종별로는 제조업 취업자수가 95년 4백77만3천명에서 작년 4백67만7천명으로 2.0%가 줄어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 전망 ▼ 한국개발연구원(KDI) 李周浩(이주호) 연구원은 『그나마 지금까지는 서비스업이 급격한 실업률 하락에 버팀목 역할을 해 왔으나 서비스업 취업자수가 어느 정도 적정선에 달하면 취업자를 흡수할 산업이 없어 실업률의 급격한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더구나 경기침체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고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을 방침이어서 실업률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원은 『경기침체에 따른 실업은 경제가 나아지면 어느 정도 해소되겠지만 80년대 중반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대기업 증권회사등 인력수요가 많았던 30∼40대 베이비붐 세대의 실업대란이 우려된다』면서 『새로운 고용창출은 물론 중간층 인력을 흡수할 수 있는 정보통신 등 미래형 산업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문제점 ▼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실업수당 등 실직자에 대한 사회보장제도가 어느 정도 확립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지난해 7월 실업자에게 일정기간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고용보험제도가 도입된데 그치고 있어 실업의 충격은 선진국들보다 훨씬 심각하다. 〈허문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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