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소평 사망/중국은 어디로]개혁-개방 지속될까

  • 입력 1997년 2월 21일 19시 56분


[홍콩〓정동우 특파원] 鄧小平(등소평)의 사망후 그가 남긴 위대한 업적중 하나로 꼽히는 개혁개방과 시장경제 정책의 변화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개혁개방 정책 덕분에 중국이 오랜 가난에서 벗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정책은 중국을 허울만 사회주의 국가로 남겨둔채 실제로는 이미 자본주의 국가로 바꾸어버렸다는 내부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등 사후 개혁개방 정책이 수정될 가능성에 대해 대다수의 서방 경제학자들은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중국이 이 정책을 버리기에는 이미 너무 자본주의화가 진행돼 있기 때문에 이제 그 누구도 개혁개방의 큰 물결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견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개혁개방 정책에 상당한 수정이 가해지거나 추진 동력이 많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하고 있어 흥미롭다. 21일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나 무디스는 등의 사망으로 인해 중국의 신용등급을 재조정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는 중국의 장기외화채무능력을 BBB로 평가하면서 중국내에 권력투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으나 개혁 방향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중국의 대외신용 등급은 불변이라고 밝혔다. 또 무디스도 장기외화채무능력을 A3로 평가하면서 등이 조기에 정치일선에서 은퇴했기 때문에 그의 사망이 주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홍콩성시대학 경제학과 李鉅威(이거위)교수 역시 등 사망이후 설혹 공산당내에 권력투쟁이 출현하더라도 中―美(중―미)관계 중―대만관계 홍콩반환 등을 고려할 때 누가 권력을 잡든 중국 개혁개방의 대원칙은 고수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홍콩차이나은행의 중국업무담당 경리 趙令彬(조영빈)도 등의 사망으로 중국의 경제정책이 단기적으로는 수정될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구조 자체를 바꾸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개혁개방 정책 변경불가능의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중국의 경제규모다. 등이 처음 집권했던 지난 78년 당시 2백6억달러에 불과했던 중국의 연간 수출입 총액이 95년에는 2천8백8억달러로 늘어났다. 96년 현재 중국에 대한 외국의 투자는 한국의 68억 달러를 포함하여 모두 2천9백61억달러나 된다. 물론 이중 상당부분이 홍콩과 대만의 투자액이지만 어쨌든 중국경제는 이미 외국과의 상관관계를 떠나서는 생각할 수가 없을 만큼 대외의존도가 커진 것이다. 또 그동안에 진행된 중국인들의 의식구조의 변화도 문제다. 대다수의 중국인들이 그동안의 경제성장으로 인해 이제는 사상이 문제가 아니라 돈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최소한의 문화생활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이제 이들의 사고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이다. 일반 국민들 뿐만 아니라 중앙과 지방의 당간부, 향진기업과 사영기업 종사자들 그리고 대다수의 공직자들이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단맛과 장점을 한껏 누리고 있는데 이들이 「지난 날로 되돌아가자」는 영도자의 정책을 따를 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중국이 갈 길은 그 누가 권력을 잡건 등의 개혁개방 노선을 그대로 지속시키면서 현재와 같은 상당한 수준의 고도성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가장 설득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이와는 약간 다른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홍콩이공대학 중국경제센터 총간사인 陳文鴻(진문홍)교수는 등이 생존해 있었을 때는 개혁개방이 그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정책이었지만 그가 사망한 뒤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에 따르면 이미 중국내부에서도 사회주의적 가치관의 도태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고 江澤民(강택민)총서기 역시 자신의 통치철학을 정신문화 강화에 두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앞으로 개혁개방의 추진력은 떨어질 전망이라는 것. 또 상해아시아커머셜투자자문공사의 陳琦偉(진기위)사장도 앞으로의 중국경제정책은 영도자의 사상지도 방식으로 이뤄지기보다는 각 지방이 자체적인 경제논리에 따라 경제를 운용해가는 식으로 바뀌어 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등 생전에 강하게 추진되던 개혁개방 정책은 그 강도가 한풀 꺾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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