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증시]미-중-일-영 정부개입 사례

입력 1997-01-20 20:13수정 2009-09-27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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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시장에서 주가가 폭락하거나 폭등하면 정부가 나서서 그 안정책을 도모해야 하는가. 미국 영국 일본 등 경제선진국들은 시장경제 체제의 자유경쟁 원칙을 철저히 지키며 정부가 증권시장에 영향을 주는 인위적 개입조치를 하지않는다. 「보이지않는 손」에 의해 조화돼야 할 자유경제 시장이 외부의 힘에 의해 다듬어진다면 더 큰 부작용이 배태되기 때문이다. 홍콩 증권시장이 오는 7월이후 그 본래의 자유경쟁 원리와 중국 금융당국의 「보이는 손」에 의한 조정이라는 이중상황속에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받고 있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의 경우도 정부가 이따금 개입하는 증권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의 증권시장에 대한 개입과 불개입의 득실을 알아본다. ▼ 중 국 ▼ 「홍콩〓鄭東祐특파원·朴來正기자」 중국정부는 오는 7월1일 홍콩을 반환받더라도 향후 50년간 현 경제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선언했었다. 이는 중국 증권당국이 조만간 세계에서 가장 자유화된 증시와 가장 규제강도가 강한 시장을 동시에 관리하게 됨을 의미한다. 세계 6위권인 홍콩증시에는 기본적으로 시장가격(주식시세)에 영향을 미치는 어떠한 정책도 존재치 않는다.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금리마저도 정부가 손을 대지 않는다. 철저하게 시장의 수급기능을 따르는 것이다. 다만 투자자 보호차원에서 증권회사의 설립요건 등을 정해 두고 있는 것이 규제의 전부. 해외투자가 및 증권사에 대한 문도 활짝 열려있다.지난 연말 현재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5백83개 종목중 외국회사는 과반수를 훨씬 넘는다. 외국인 투자가에 대한 제한규정이 있지만 주로 시장보호를 위해 핫머니 등 단기 투기성 자본에만 국한된다. 또 증권사 설립에 있어 상호주의를 적용하지 않아 해외 증권회사도 비교적 쉽게 설립인가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지난 90년 개설된 심천 및 상해(上海)주식시장은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의 직접적인 규제를 받고 있다. 지난 93년과 지난 연말 주가폭등시 CSRC가 직접 거래감독에 나서는 한편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까지 사설을 통해 「폭락 가능성」을 경고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 수개월전까지 경제 당국이 이자율을 인하하는 등 증시부양에 나섰던 사실을 감안하면 아직도 인위적이고 즉흥적인 증시대책에 의존하는 셈이다. 중국 증시의 불안정성은 관리주체가 중앙과 지방간에 명확하게 구분돼 있지 않고 주식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채권시장을 재정부가 따로 관리하는 등 일사불란한 관리체제가 마련돼 있지 않은 데서도 기인한다. 이 때문에 상장기업들이 터무니없는 경영실적을 공개하거나 외국인 전용 「B주」를 내국인이 위탁매입하는 등 탈법사례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 미 국 ▼ 「뉴욕〓李圭敏 특파원」미국 증권시장 역사상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 적은 단 한차례도 없었다. 주가가 폭락세를 보이든 비정상적인 과열장세를 보이든 전통적으로 미국 행정부는 증시에 영향력을 줄만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아왔다. 지난 29년 대공황 이후 정부는 은행의 무분별한 투자를 규제하고 일반 투자자 보호책을 법률로 정한 후 공정하게 관리해 왔다. 지난 87년 10월13일 이른바 「블랙 먼데이」당시 1주일사이에 주가가 30%이상 폭락해 「제2의 공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을 때도 정부는 개입을 하지 않고 자율반등을 기다렸다. 주가가 일정범위를 벗어나 폭락할 때 거래를 순간적으로 정지시키는 제도만 도입했을 뿐이다. 증시에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도구가 없어서가 아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통해 이자율을 조정하면 증시가 당장 영향을 받지만 주가와 관련해 이자율이 조정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미국 행정부가 증시에 관여하지 않는 이유는 몇가지가 있다. 우선 미국내 증시투자의 주축은 기관투자가들이기 때문에 개인투자자가 많은 한국과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철저하게 투자가의 책임아래 투자가 이뤄진다. 투자손실이 발생해도 정부에 대책을 호소하는 아마추어식 행동은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둘째로 시장규모가 워낙 커 웬만한 정책으로는 정부 영향력이 제 효과를 내지 못한다. 미국내 15%이상의 금융자산이 직간접으로 증시와 연결돼 있다. 뉴욕증시의 시가총액은 7조달러(약 5천9백43조원)에 달하고 제너럴 일렉트릭 한 기업의 주식시가총액이 한국 증시 전체 규모보다 큰 1천6백억달러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개입이 있을 수 없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증시에 대한 미국인들의 기본철학에서 기인한다. 미국경제 자체가 그렇듯 증시도 철저하게 자유시장 원리에 따라 기능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이 원칙에서 벗어난 정부의 개입시도는 괴이한 일일 뿐이다. ▼ 영 국 ▼ 「런던〓李進寧 특파원」 영국 증권시장에서 정부나 증권당국의 시장개입은 한마디로 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는 일로 간주된다. 모든 거래가 전통적인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철저히 자율경쟁에 맡겨져 있다. 물론 지난 87년의 블랙먼데이와 같은 금융위기나 공황과 같은 경제위기, 증권사고 등 아주 특수한 경우에는 개입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일시적 거래중단과 같은 간접적이고 최소한의 개입에 그칠뿐 주가 자체에 영향을 주는 직접개입은 하지않는다. 이같은 불개입원칙은 우선 자율경쟁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제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즉 인위적 개입은 정상적인 시장메커니즘을 왜곡시켜 비합리적인 가격결정을 하게 만들고 투자자들도 합리적인 행동을 하지 못해 결국 시장 전체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또 경험적으로 볼때 부양책과 같은 인위적 개입은 부작용이 크고 투자자들도 이를 원치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구조로 볼때도 당국의 개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상장주식의 시가총액이 1조파운드(약 1천4백조원)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엄청나고 외국자본과 투자자들의 대거 유입으로 자본의 국적이 불분명해 개입 능력과 명분도 약하다. 시장의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개입이 불가능하다. 영국증시에는 주가변동에 대비한 각종 파생상품들이 많고 장외거래도 활발하다. 또 주가가 낮을 때 주식을 빌렸다가 주가가 오르면 내다파는 대주(貸株)제도도 잘 발달돼 있다. 주가가 폭락해도 이익보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주가가 폭등해도 손해보는 사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당국이 개입한다면 어느 한쪽 편을 들어주는 부당한 결과를 빚게 된다. 주가변동에 대한 일반인들의 민감도도 낮다. 거래의 70% 이상이 기관투자가들에 의해 이뤄지고 배당수익률이 금리의 60∼70% 선에 이를 정도로 높아 단기 시세차익 투자보다는 장기투자가 주종을 이룬다. ▼ 일 본 ▼ 「東京〓尹相參 특파원」 일본의 주가를 움직이는 것은 오로지 경기 동향뿐이라고 할 정도로 표면적으로 정부가 나서는 일은 거의 없다. 한국과 비교해 규모와 개방성 정도가 현격하게 다른 일본의 증권시장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며 다만 간접적으로 재정이나 금융정책 또는 주가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환율을 통해 수위를 조정하는 편이다. 그러나 지난 92년8월 니케이 평균주가지수가 1만4천엔대로 급락, 위기상황에 빠지자 저금리정책을 중심으로 「긴급 부양책」을 썼던 일이 있으며 우편저금이나 후생연금 등 「공적자금」을 매우 드물게 투입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 정부가 주가수준에 민감하기는 한국과 마찬가지겠지만 쉽사리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도쿄증권거래소 평균주가가 1년2개월만에 1만7천엔대로 곤두박질쳤으나 일본 정부는 『경제의 제반 기초여건이 완만한 회복기조를 보이고 있어 결코 악화되는게 아니다. 시장은 시장원리에 맡기고 사태 추이를 지켜보겠다』(미쓰즈카 히로시 대장상)며 재정적인 보완책을 내놓으라는 목소리를 잠재웠다. 일본 정부로서는 재정사정을 악화시키는 국채발행이나 세출을 증대시키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게 기본정책이기도 하지만 『특효약은 어디에도 없는게 아니냐. 규제완화 등 일련의 경제구조개혁 추진을 대책으로 삼고싶다』(가지야마 세이로쿠 관방장관)며 증권업계 등의 대책마련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현재 일본 증권시장은 소비세 인상에 따른 개인소비부문의 위축 예상과 산적한 부실채권이라는 「마그마」가 지하에서 꿈틀거리는 등 경기회복에 대한 불안감이 만연해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으나 재정적자로 「자기코가 석자」인 정부가 나서기는 어렵다. 더구나 정부는 앞으로 닥쳐올 금융개혁의 「빅뱅」에 대비해서라도 적자생존이라는 냉엄한 철칙이 지켜져야 하며 금융계도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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