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종금 「경영권이전」 파문…관련임원 문책회오리 거셀듯

  • 입력 1996년 12월 6일 08시 14분


「李熙城기자」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재벌그룹 계열 금융회사의 경영권이 朴宜松(박의송)우풍상호신용금고회장 등 몇몇 소수 주주에게 넘어간 것은 우리 기업 사상 처음 있는 「사건」이다. 소수 주주의 이번 「반란」은 재계에 큰 파문을 몰고 오면서 재벌그룹이 기업의 합병인수시대엔 결코 무풍지대가 될 수 없음을 예고하고 있다. 더욱이 국내 10대그룹에 들어가는 한화그룹이 소수 주주에 의한 집단적인 주식매집이 상당 기간 진행되어 왔는데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파문으로 인해 한화내부에선 그룹의 내부 관리체계에 대한 점검과 함께 관련 임원들의 문책바람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측은 5일 증권거래소로부터 한화종금의 경영권이전과 관련된 공시를 6일중으로 발표할 것을 통고받고도 『개인투자자들이 재벌계열 금융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여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번에 한화종금의 경영권을 인수한 박회장은 지난 60년대부터 80년대초반까지 20년간 증시에서 큰 손으로 이름을 날렸던 「백할머니」(본명 백희엽·지난해 5월 사망)의 장남. 박회장은 지난 82년 한화종금(설립 당시 삼희투자금융)이 설립될 때 한화그룹과 함께 자본을 공동출자, 최대주주로 참여했으나 한화그룹이 유무상증자를 통해 지분을 늘리는 바람에 2대주주로 밀렸다. 박회장은 지난 6월 한화종금이 제삼자 배정방식(기존주주를 배제한 채 제삼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미국 BTC은행의 자회사인 BTFIC사와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자회사인 AFIC사 등 외국금융회사와 합작을 시도할 때 소송을 통해 이를 무산시키는 등 한화그룹과 경영권다툼을 빚어왔다. 박회장은 당시 소장에서 『외국회사에 유상신주를 발행할 때는 가격을 시가보다 높게 책정해왔던 것이 일반적인 관례』라며 『신주가격을 높이든지 증자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한화종금의 경영권인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李鶴(이학)우학그룹회장은 용인대이사장직을 겸임하고 있으며 고가(高價)의 골동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박회장과는 선대부터 절친한 사이. 이회장은 지난 91년 14세기 고려시대 불화인 「수월관음도」를 뉴욕소더비경매장에서 한국불화경매사상 최고가인 1백76만달러(14억여원)에 매입, 4년간 복원처리한 뒤 지난 10월 이를 일반에 공개, 화제를 모았던 장안의 숨은 재력가. 이번에 경영권이 넘어간 한화종금은 자본금 4백12억원의 종합금융회사로 95회계연도때 5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아무튼 소수 주주에 의한 재벌그룹 금융사의 경영권장악은 다른 기업에도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면서 한화그룹측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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