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드러낸 한국계 정체성…스티븐 연 성공 이끌었다

  • 뉴시스
  • 입력 2024년 1월 16일 1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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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제75회 에미 시상식서 남우주연상
아카데미 후보에 에미 수상 아시아 최초
넷플릭스 '비프'서 강렬 거친 매력 선보여
스타성·연기 다 인정 스펙트럼 매우 넓어
'워킹데드' 이름 알리고 영화로 옮겨 가
봉준호·이창동·정이삭 작업 정체성 분명
한국계·아시아계라는 점 작품 내 드러내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Steven Yeun·41)이 골든 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에 이어 에미(Emmy)를 품에 안았다. 스티븐 연은 텔레비전 부문 미국 최고 권위를 가진 에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명실상부 아시아를 대표하는 배우가 됐다. 그가 최근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거둔 성과는 한국계라는 정체성을 강조하면서 얻어낸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티븐 연은 15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피콕 극장에서 열린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 시상식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비프’(Beef)로 리미티드 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Best Actor in a Limited Series, Movie or Anthology)을 차지했다.

한국계 혹은 한국 국적 배우가 에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건 2022년 ‘오징어 게임’ 이정재 이후 두 번째이며, 골든 글로브와 에미 모두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건 스티븐 연이 처음이다. 또 아카데미 시상식과 에미 모두에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 역시 스티븐 연이 아시아계 최초다. 스티븐 연은 지난 2021년에 열린 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스티븐 연은 스타성과 연기력을 모두 갖춘 배우로 평가 받는다. ‘워킹 데드’ 같은 강렬한 장르물에서 뿐만 아니라 ‘미나리’ 같은 잔잔한 멜로 드라마에도 이물감 없이 녹아들어가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버닝’에선 안으로 침잠하는 듯한 캐릭터를, ‘비프’에선 밖으로 발산하는 인물을 연기했듯이 어떤 캐릭터든 연기할 수 있다는 것도 스티븐 연의 매력이다.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1988년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간 이민자 2세다. 이들 가족은 캐나다에 잠시 머문 뒤 미국 미시건으로 다시 이주했고, 스티븐 연은 이곳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2005년 형과 함께 시카고로 옮겨 간 그는 극단에 들어가 연기를 배웠고, 2009년 LA로 건너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부모는 스티븐 연이 법대나 의대에 가길 바랐다고 한다.

스티븐 연이 처음 이름을 알린 건 AMC가 2010년 내놓은 좀비 드라마 ‘워킹 데드’를 통해서였다. ‘글렌 리’ 역을 맡은 그는 이 작품이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글로벌 스타가 됐다. 글렌 리는 당초 조연급 캐릭터였으나 점차 인기를 얻으며 주인공급 캐릭터가 됐다. 당시 미국 주요 드라마 시리즈에서 거의 볼 수 없던 아시아계 배우의 등장에 시청자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도 영향을 줬다. 스티븐 연은 ‘워킹 데드’ 시즌7(2016~2017)까지 출연했다.

‘워킹 데드’ 성공 이후 스티븐 연은 활동 무대를 점차 영화로 옮겨 갔다. 그리고 ‘워킹 데드’로 쌓은 경력을 한국인 또는 한국계 창작자들고 협업하는 데 적극 활용하며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더 분명히 하는 행보를 보여줬다. 신연식 감독의 ‘프랑 영화처럼’(2016)을 거쳐 봉준호 감독의 ‘옥자’(2017)에 출연했고, 이창동 감독과 ‘버닝’(2018)을 함께했다. 특히 ‘버닝’에서 모든 대사를 한국어로 소화하면서도 빼어난 연기력을 보여줘 호평 받았다.

스티븐 연을 아시아 배우 최초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 자리에 올려준 영화 ‘미나리’(2020)도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 작품이었다. 이 영화에서도 그는 대부분 대사를 한국어로 소화하며 이민자 아버지의 불안과 열망을 밀도 높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 그에게 에미 남우주연상을 안긴 ‘비프’ 역시 한국계 미국인 이진성 감독 작품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 “마치 집에 돌아온 것 같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최근 그가 총괄프로듀서를 맡고 내레이션을 한 작품은 백남준 다큐멘터리 ‘백남준:달은 가장 오래된 TV’(2023)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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