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되지 않는 슬픔을 이해하는 방법 [책의 향기 온라인]

  • 동아경제
  • 입력 2023년 9월 15일 15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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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상실/폴린 보스 지음·임재희 옮김/308쪽·1만6000원·작가정신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우리는 장례와 제사를 치른다. 의례에 따라 황망한 마음을 달래며 애도하고 고인을 기리며 그가 떠났음을 피부로 느낀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실종이나 사고, 투병과 같이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이하게 되는 경우다.

폴린 보스 박사는 이러한 상태를 ‘모호한 상실’이라고 정의한다.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해 감정을 해소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상실감에 젖어있는 심리 상태다. 오랜 기간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에서 가족사회학 교수로 일한 저자는 임상심리전문가로 활동하며 4000명 이상의 가족을 만나고 이 이론을 정립했다.

저자는 모호한 상실의 유형을 두 가지로 구분한다. 실종, 사고에 따른 ‘예상치 못한 이별’과 치매, 중풍 등 투병에 따른 ‘이별할 수 없는 이별’이다. 이런 상실은 명백한 죽음과 달리 슬픔을 느낄 수 없게 만든다. 상황을 명확히 규정할 수 없기 때문에 온전히 상실감을 인지하지 못한다. 이 과정에서 희망과 절망을 오가고 자기 비난, 육체적 질병까지 겪게 된다. 심지어는 가족 전체로 퍼져 가족 구성원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해결되지 않는 슬픔을 겪는 가족을 만나며 저자는 이러한 문제의 원인이 상실을 경험한 사람의 정신적 트라우마가 아니라고 말한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나 외부의 제약으로 인해 슬픔을 극복하고 나아가는 모든 과정이 가로막혀 있어 개인이 해결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모호한 상실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모든 일은 불확실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심정지로 아버지를 떠나보낸 경험, 환자와의 상담, 문학 작품 등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며 저자는 내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제시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모두 명확한 정답을 얻기를 바라지만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상실을 감수하며 살아갈 것인가’이며 때로는 답보다 질문이 더 중요한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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