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버는 속도보다 빨리 느는 빚, 99%가 허덕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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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본주의 1% 독식 구조 비판
부채 증식 방치 땐 빈부격차 심화
상환 불가능한 부채의 말소 주장
◇문명의 운명/마이클 허드슨 지음·조행복 옮김/484쪽·3만2000원·아카넷

(자료사진) /뉴스1
(자료사진) /뉴스1
소득이 늘어나도 빚이 더 늘어난다는 생각이 든 적 있는가. 주로 부채 문제를 연구해 온 미국 경제학자인 저자는 국내총생산(GDP)이나 국민총소득(GNI)은 증가하는데 빚이 늘어나는 것은 부(富)가 전 세계 1%에 집중돼 있고 99%가 1%에게 빚을 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책은 19세기 산업자본주의가 어떻게 부채와 지대 수취에 입각한 금융자본주의로 변했는지 설명한다. 소수의 지대 수취자 계층이 경제 통제권을 장악하고, 빚에 시달리는 노동자와 고비용에 허덕이는 산업으로부터 소득을 빼앗아감으로써 새로운 실세가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시장에 모든 걸 맡기면 결국 전체적인 부가 증가할 것이라는 신자유주의 관점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노동으로 거두는 수익보다 부동산 임대료, 주식 배당금 등으로 얻는 수익(저자는 이를 불로소득이라고 규정한다)이 많은 사회에선 소수의 부유층에게 대부분의 부가 몰리게 돼 있고, 금융자본주의 고도화에 따른 부의 불평등 문제는 시장 원리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부는 중독성이 있으며 탐욕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만족할 줄 모르고 타자에게 손해를 끼친다. 금융자본주의는 강박적으로 마지막 한 푼까지 수익을 추구하기에 한계를 모른다. … 99%가 1%에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부채 증가의 형태로 화폐가 창출되면 결국 재화와 서비스에 쓰일 가처분소득은 줄어든다.”

책은 상환이 불가능한 부채는 말소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과거 역사 속 통치자들의 부채 말소 사례도 소개한다.

저자는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와 그로 인해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했다고 알려져 있다. 금융자본주의 체제에서 문명의 운명은 어둡다면서 국가가 경제에 적극 개입하는 혼합경제 체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중국의 경우 중앙은행인 중국 런민은행이 고속철도와 학교 등의 실질적인 투자에 자금을 공급해 생계비와 사업비를 낮췄다는 점을 부각시키지만 심각한 중국의 빈부격차 문제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금융자본주의#1% 독식 구조#빈부격차 심화#문명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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