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잘’ 찍으려면 어떻게?”…사진 구도 잡기 비법[청계천 옆 사진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7일 10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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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제9회 노인의날 기념행사’로 마련된 ‘어르신 네티즌 e-작품전시회’.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리는 법을 배우는 한 참가자의 눈매가 진지하다.

“이 카메라 이거 어떻게 찍는 거에요?”

1990년 대 관광지나 졸업식 입학식 같은 행사장에서 자주 들었던 질문이다. 필름을 쓰던 아날로그 카메라 시절, SLR(일안리플렉스·‘수동’카메라라고 불렸다)을 들고 있던 내게 묻는 분들이 많았다. 중요한 날이니 카메라를 빌려오긴 했는데 사용법을 제대로 모르거나 촬영에 자신이 없던 것이다. 필름을 넣는 것부터 막히기도 했다. 잘 찍고 못 찍고를 떠나 일단 이 중요한 날을 기록만 하면 만족해하는 분위기로 기억한다.

2000년 대 이후 디지털 카메라가 대중적으로 빠르게 보급되면서 질문이 바뀌었다.

“사진을 ‘잘’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모니터 화면을 보면서 셔터버튼만 누르면 되는 기기였다. 카메라 작동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자 이용자들은 ‘잘’ 찍는 방법을 배우고자 했다. 온라인-오프라인에서 ‘디카 강좌’들이 우후죽순 열렸고 나 또한 2000년~2008년 즈음에 강사 활동을 꽤 했다.

요즘은 어떤 질문을 직업 사진가들에게 할까. 안 한다. 질문이 없다. 스마트폰이 대세가 되면서 ‘사진을 어떻게 찍느냐, 잘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물음이 사라졌다. 이미 모두가 사진가이고 모두가 영상 작가들이다. 소셜미디어를 서핑하다보면, 과연 아마추어 작가가 맞나 싶을 정도로 놀라운 사진들이 많다. 촬영 기법도 프로를 넘어선다.

하지만 여전히 구도 잡기, 즉 ‘앵글’이 서투른 분들도 많다. ‘안물안궁’이니 굳이 ‘이렇게 찍어보세요, 저렇게 돌려보세요’라고 말씀드릴 필요는 없지만 옆에서 보기에 안타까울 때가 있다.

사진 촬영은 구도 잡기로 시작한다. 이른바 ‘앵글’이다. 스마트폰 보급 이후 ‘무엇을’ ‘어떻게’ 찍을까만 고민하면 된다. ‘무엇’은 이미 결정돼 있다. 소재를 발견해야 폰카를 켜기 때문이다. 남은 건 단 하나, ‘어떻게’이다.

사진의 소재는 하나가 아닐 때가 대부분이다. 주요 소재가 결정돼 있다 해도 배경과 구도를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인격은 평등하다고 한다. 거꾸로 말하면 평등한 것은 오직 인격뿐이다. 사진의 소재끼리도 평등해선 안 된다. 엄격하게 서열을 매겨야 한다. ‘주’ 소재와 ‘부’ 소재를 구별해야 한다. 부 소재는 주 소재가 돋보이도록 하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사진을 촬영하다보면 지금 눈으로 보고 있는 이 멋진 풍광이나 상황을 모두 담고 싶은 욕심이 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한 화면에 이 소재들을 다 집어넣고 싶어진다. 하지만 모든 것을 찍겠다는 것은 아무것도 안 찍겠다는 뜻이다. 주 소재와 부 소재를 엄격하게 구별하고 그들을 어떻게 관계 맺게 할지, 연결할지를 고민하고 순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네덜란드 아티스트 미치 리우에(Mitch Leeuwe)가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하는 2차원 평면 화면 구성법의 예시를 소개한다. 그림 그리기에 유효한 구성법이지만, 사진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화면 3분할을 기본으로 여러 상황을 쉽게 설명해준다. 주 소재를 부 소재와 구성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다. 아래에 소개한 18개 예시만 사진 촬영에 응용해도 화면 구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충분히 익혀두고 있으면 이 구성법에 맞는 상황이 순간적으로 눈에 딱 들어올 때도 있다. 그림은 의도해서 그리지만 사진은 발견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그림은 손으로 그리지만 사진은 발로 찍는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자, 이제 스마트폰으로 담기만 하면 된다.

주변에 ‘사진 참 잘 찍는다’는 소리를 듣는 분이 있다면 이러한 구성법으로 찍는 분일 것이다. 딱히 이 구성법을 익히지 않았거나 배우지 않았어도 감각적으로 찍는 분들이 있다. 아마 미술적 재능을 타고 난 분들일 것이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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