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 앱 시장 독주하는 하이브…차별화로 추격 나선 카카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1일 15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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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K팝 엔터테인먼트 업체가 주도하던 팬덤·콘텐츠 플랫폼 시장이 정보기술(IT) 역량을 갖춘 하이브와 카카오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팬덤·콘텐츠 플랫폼은 좋아하는 아티스트 관련 소식 등을 전달 받으면서 아티스트의 콘텐츠나 굿즈(기념상품)를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빠르게 성장하는 이 시장에서 하이브가 독주 체제를 굳히려는 가운데 에스엠을 인수한 카카오가 공연 예매 사업 확대 등 다양한 콘텐츠 관련 사업으로 추격에 나서는 모양새다.

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의 팬덤 애플리케이션(앱) ‘위버스’의 지난해 4분기(10∼12월) 기준 글로벌 월 실사용자 수(MAU)는 840만 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680만 명)보다 23.5% 증가한 수치다. 업계에선 올해 1분기(1∼3) 기준으로 위버스의 MAU가 1000만 명에 이르렀을 것이라는 추정치도 나오고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는 지난달 25일 ‘팬덤 앱 시장 분석 보고서’를 내고 “위버스가 네이버의 ‘브이라이브’와 성공적으로 통합하며 압도적인 업계 1위 플랫폼이 됐다”고 평가했다.

위버스는 방탄소년단(BTS) 등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와 팬을 연결하는 플랫폼 형태로 2019년 6월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다. 위버스 등이 등장하며 굿즈를 사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고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넘나들며 ‘덕질’(좋아하는 것을 파고드는 행위)을 하는 문화는 바뀌기 시작했다. 이용자들은 이제 위버스 등의 플랫폼에서 아티스트의 모든 것을 파악하며 소비하고 있다.

업계에선 K팝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BTS, 블랙핑크 등 유력 아티스트가 참여하면서 대규모 이용자까지 확보한 위버스의 가파른 성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위버스는 지난달 24일 이용자가 특정 아티스트와 친구처럼 메신저로 대화할 수 있는 구독형 서비스도 출시했다. 박성국 교보증권 연구원은 “이 서비스로만 위버스가 내년에 477억 원의 영업이익을 더 거둘 수 있다”고 추정했다.

카카오 판교오피스 전경. 카카오 제공
카카오 판교오피스 전경. 카카오 제공
에스엠을 인수한 카카오는 팬덤 앱뿐만 아니라 멜론(음악), 카카오페이지(웹툰·웹소설·영상) 등 각종 콘텐츠 플랫폼을 활용한 사업으로 하이브와 차별화를 준비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공연 예매 플랫폼이다. 카카오의 멜론이 에스엠 콘서트 입장권을 독점 판매하면 바로 국내 3위 플랫폼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이지에이웍스는 “카카오가 거대한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에스파 등 에스엠 소속 아티스트의 웹툰, 웹소설, 웹예능 같은 콘텐츠를 내놓는다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스엠이 보유한 2위 팬덤 앱 ‘버블’은 아직 위버스와 격차가 벌어져 있다. 버블의 올해 1분기 기준 MAU는 135만 명에 그친다. 에스엠 소속 아티스트가 버블뿐만 아니라 위버스에 참여하기로 한 결정도 카카오에는 악재다. 아티스트를 자사의 플랫폼에만 참여시켜 이용자를 붙잡아두는 ‘록인(Lock-in)’ 효과를 일부 포기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카카오가 올해 3월 주식시장 공개 매수를 통해 에스엠의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하이브와 합의한 플랫폼 협력 방안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카카오와 에스엠은 최대한 버블의 플랫폼 가치를 훼손하지 않은 선에서 하이브와 협업할 가능성 있다”고 짚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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